2002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이 괘불의 화기(畵記)에 의하면, 1811년(순조 11) 관보(琯甫), 천수(天守), 승활(勝活), 지한(智閑), 성의(成宜) 등 화승들이 조성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흑색바탕에 금가루를 사용하여 그린 1폭의 흑탱화로, 『화엄경』의 칠처구회(七處九會)의 내용을 그린 변상도이다. 화엄경의 복잡한 내용은 천상을 의미하는 상단과 지상을 의미하는 중·하단의 3단으로 나누어 간략히 묘사되었다. 화엄탱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각 설법회의 주존이 지권인의 비로자나불이 아니라 두 손을 양 어깨까지 올려 설법인을 하고 있는 보살형 노사나불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둥근 얼굴에 작은 이목구비이지만 넓고 긴 코와 양끝이 올라간 작은 입술, 반달 모양의 수염이 묘사되었다. 이처럼 세부적으로 변화된 모습은 이 화엄탱 제작에 참여한 승활 등이 그린 명부전 지장탱(1798년), 용화전 후불탱(1798년), 지장탱(1812년)에 나타난다. 하단에는 좌우에 천수관음과 준제관음의 새로운 도상이 첨가되었다.
통도사에 이 화엄탱처럼 먹색으로 물들인 종이에 금니나 은니로 제작된 불화가 전해지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19세기에 대두되어 유행한 제작기법으로 보인다. 이 불화에서 각 존상의 얼굴이나 신체는 채색이 아닌 금니로 표현되었고, 전각과 각 존상의 의복, 구름 등은 가는 필선으로 섬세하고 차분하게 묘사되었다.
이 화엄탱은 비록 그림 일부가 훼손되기는 하였으나 전체적인 도상의 이해에는 별 지장이 없다. 필력이 치밀하고 섬세하여 수작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비록 시기가 뒤떨어지기는 하나 19세기 초의 새로운 도상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