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란 일정한 기간의 노무급부를 목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한시적으로 근로관계를 맺는 모든 비조직화 된 고용형태로 기간제근로, 단시간근로(파트타임), 파견근로 등이 해당된다. 비정규직 근로자(atypical, non-standard, contingent worker)는 정규직 근로자(regular worker)와 비교하여 고용계약기간, 근무방법, 근로시간, 고용계약 주체와 사용자의 일치여부, 계약유형, 기업내부에서의 신분 등 여러 가지 기준 가운데 어느 한 가지라도 전형적인 형태에서 벗어난 경우를 말한다. 비정규직 근로는 고용형태의 정규성, 근로계약기간의 한시성 등을 기준으로 볼 때 상용근로에 대비된다. 정규직이 고용주에 의해 직접 고용되고 계약기간을 따로 정하지 않으며 전일제 노동을 한다면, 이런 전형적 형태를 벗어나는 것이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의 고용형태를 구분하는 데 일치된 의견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일정기간 계약을 통해 일하는 계약직 고용, 일시적 혹은 계절적으로 일하는 일시적 고용, 그리고 비전형적 고용 혹은 비표준적 고용이라 불리는 파트타임 고용 등으로 나뉜다.
현재 통계청은 고용계약기간의 장단을 기준으로 고용형태를 상용직, 임시직, 일용직으로 분류하고 고용계약기간의 정함이 없거나 1년 이상인 경우를 상용근로자, 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근로자를 임시근로자, 1개월 미만인 근로자를 일용근무자로 분류한다. 반면 노동부는 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1개월 이상 기간을 정하여 고용된 노동자를 상용근로자, 1개월 미만으로 고용된 노동자를 임시, 일용근로자로 분류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의 개념 및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노사정위원회 비정규 근로자 특별위원회는 2002년 7월 비정규근로자를 고용형태에 의해 한시적 근로자 또는 기간제 근로자, 시간제 근로자, 파견, 용역, 호출(일일), 특수고용, 가정 내 근로자 등의 형태로 종사하는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와 학계는 노사정 합의기준에 의해 비정규직 규모를 파악하는 반면 노동계는 ‘취약근로자’도 비정규직의 범위에 포함하여 파악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규모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IMF 경제위기 이후 가장 논란이 되어온 노동문제 중 한 가지는 비정규직 문제이다. 선진국에서도 세계화의 물결에 따른 시장통합과 경쟁격화,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 생산체계의 유연화 및 정보통신기술의 혁신 등과 맞물려 비정규직 문제는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서 열악한 대우(최저임금제에서 정한 금액과 큰 차이가 없는 임금, 휴식시간이 거의 없는 지나친 업무 강도 등),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불안정한 고용,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간접고용의 경우 노동운동을 이유로 하청업체가 직장의 문을 닫아버림으로써 사실상 노동자를 해직시키는 부당해고 같은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한 고용환경 등을 이유로 노동계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비정규직에는 전통적으로 노동시장의 주변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저학력, 미숙련, 여성, 청년 및 노년 노동자와 계절적인 영향을 받는 서비스업 종사자, 단순노무 종사자, 건설노동자 등이 종사할 확률이 높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노동시장 안에서 규모가 커져 왔지만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조건, 그리고 극심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사회보험과 각종 기업복지 급여에 있어서도 부분적 혹은 전면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상당부분이 조직화되어 있지 못함에 따라 이들의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방법이 구조적으로 봉쇄되어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무엇보다도 비정규직의 증가는 노동계급 내부의 이질성을 심화시키고, 기업규모나 업종에 따라 분절되어 있는 기존의 노동시장을 취업형태에 따라 또 다시 분절시킴으로써 경제적 및 정치적 주체로서 그들의 영향력을 약화시킨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산업구조의 변화가 노동시장 구조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일시적인 경제상황의 변동에 의한 결과로만 볼 수 없다. 즉 경기가 회복되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해도 노동시장구조를 과거 상용직 중심으로 되돌리기가 어렵고 일자리창출이라는 노동정책도 안정적인 일자리창출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비정규직 제도는 노사 양측의 권익이 고려됨으로써 노동유연화정책이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 즉, 사용자에게는 비용절감 및 노동인력조정의 신축성을 제공해 주고, 근로자에게는 시간 스케줄, 능력, 기술수준에 따라서 근로할 수 있게 해주며, 국가경제 전반적으로는 노동의 효율적 이용과 생산성의 향상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고용의 남용을 방지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사용자의 편익만 고려될 수 있으며 열약한 노동력을 보유한 근로자들은 비정규직으로 계속 고용될 가능성이 많아 빈곤의 늪에서 탈출하기 어려워 계층 간 소득격차를 심화시켜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
비정규직은 고용의 불안정성에 그치지 않고 저임금과 임금격차로 일부 근로자를 공공부조대상자로 만들 수 있으며 사회보험제도에 가입하지 못하거나 여타 복지제도에 포함되지 못하므로 현재의 빈곤이 노후에 지속될 수 있다. 또한 상해나 산업재해 등 사회적 위험에 직면했을 때 다른 보호기제가 부재하므로 경제적 빈곤화는 물론 다양한 사회적 기회로의 접근성을 낮추게 되어 사회로부터 소외를 가속화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중이 큰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이미 1980년대 중반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이 40%를 넘어섰고, 특히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발생한 심각한 실업문제와 고용불안은 노동유연성 강화와 신규고용 억제에 따른 청년실업 확대 등 비정규직의 급속한 확대를 가져왔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도입한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와 같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노동자단체 등에서 반대하였지만 ‘환란극복’에 필요한 외채협상이라는 긴박한 상황을 외면하기 어려워 수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1998년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가 합법화되면서 기업이 노동자의 고용과 해고를 비롯하여 노동시간, 임금에 관한 노동시장의 수량적 유연성 강화 등 노동자의 희생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이끌어 나가면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크게 증가되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이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불안정하고 열악한 근로조건을 고발하며 정규직화와 제도적 보호를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현행 노동관련 제도의 경직성에서 비정규직의 증가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비정규직 인력의 활용을 제한하는 제도적 규제의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비정규직 문제는 전국 차원의 노사관계의 대립지점으로 부각되고, 개별기업 차원에서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조직화와 근로조건 개선을 둘러싸고 노사간 단체교섭의 핵심쟁점이며,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 사이, 즉 노노갈등으로도 표출되고 있다.
비정규직 규모는 일반적으로 노동계와 정부 모두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자료를 토대로 파악하고 있으나 비정규직에 대한 개념 정의와 산정기준의 차이로 조사기관별 차이가 존재한다.
노동연구원(2003)의 자료에 의하면 1990년대 상용근로자가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를 합한 수보다 월등히 많았지만 1998년부터 상용근로자가 대폭 감소되면서 1999년부터는 임시 및 일용근무자가 전체 임금근로자의 51.6%를 넘어섰다고 보고하고 있다. 2009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최근 6년간 비정규직 근로자 증가속도가 정규직 증가속도의 배 이상 빠르고 특히 대졸이상 비정규직은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근로자 수는 관련조사가 시작된 2003년 8월 1,414만 9,000명에서 2009년 8월 기준 1,647만 9,000명으로 16.5% 증가했다. 이 중 정규직은 954만 2,000명에서 1,072만 5,000명으로 12.4%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비정규직은 460만 6,000명에서 575만 4,000명으로 24.9% 급증했다. 같은 기간 임금근로자 중 정규직 비율이 67.4%에서 65.1%로 2.3% 낮아진 반면, 비정규직 비율을 32.6%에서 34.9%로 2.3% 높아졌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정부의 통계방식이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어 실제로는 854만 5,000명으로 비정규직이 51.9%를 차지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인 27%에 비해 거의 두 배나 많은 수준이다.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2007년 정점을 이룬 뒤 다소 낮아지다가 2009년 정부가 경제위기극복을 위해 대규모 공공근로사업을 시작하면서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었다. 비정규직화는 경제위기에 취약한 계층인 노인, 여성, 단순노무직 종사자 등에서 두드러졌고 학력별로는 대졸이상 비정규직이 2003년 8월 109만 8,000명에서 2009년 8월 163만 3,000명으로 48.7% 늘어 초·중·고 졸업자보다 높게 나타났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해 유사한 일을 하면서도 임금, 근로시간, 복지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220,1만원인 반면 비정규직은 월평균 120,2만원을 받아 정규직의 54.6%로 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회보험가입률도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의 경우 정규직의 경우 78.9%, 79.8%, 67.6%에 비해 비정규직은 38.2%, 43.4%, 42.7%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소규모기업에 더 많이 고용되어 있으며, 여성의 비율이 높고, 연령층도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간제 근로자보다 단시간근로자의 비율이 높은 다수의 외국 국가들에 비해 기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높고 단시간근로자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특성이 있다.
비정규직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든 우리나라의 비정규직보호법은「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노동위원회 법」등 비정규직 관련 법률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2006년 11월 30일 국회에서 통과되어 2007년 7월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었고, 2008년 7월에는 100명 이상 사업장, 2009년 7월에는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동법이 그 입법취지에 부응하는 면도 있지만 비정규직을 확산시키고,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며,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견해도 있어 시행과정에서 논쟁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임금, 고용안정성, 사회보험수혜, 기타 근로환경이 취약하고 직업능력교육 기회도 적어 저숙련 작업자로 전락할 수 있고 이를 개선시킬 수 있는 조직화 역량도 부족하여 사회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으며 이는 국가와 기업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 경영계, 노동계, 관련단체 등이 노사정 위원회 등을 통하여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관련 이익집단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해결이 쉽지 않았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해서는 정규직과 비교해 불평등한 급여를 최소화하는 정책, 다양한 기업복지프로그램 개발, 사내근로복지기금 같은 자원이 형평성 있게 배분될 수 있게 해야 하며 공공 산업복지의 확대를 통해 근로기간 동안의 차별이 퇴직 후 혹은 노후에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자리나누기, 비정규직법 등 우리사회의 노동환경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와 기업, 피고용인 모두 열린 마음과 진정한 고통분담의 자세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것은 어렵지만 비정규직 문제의 규명과 합리적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