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채는 만기에 따라 1년 미만의 만기를 가진 단기외채와 1년 이상인 장기외채로 구분된다. 외채를 가지고 있는 주체로서 일반정부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 및 공공시설의 투자로 인해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에서 장기적으로 자금을 차입할 수 있으며, 통화당국은 단기적인 통화량 조절과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주로 단기적인 외채를 운용한다. 한편, 은행권은 해외에서 금리가 저렴한 자본을 차입하여 국내로 들여와서 보다 수익률이 높은 국내기업이나 민간부문에 투자함으로서 금리차익을 얻기 위한 차익거래(arbitrage)를 목적으로 외채를 빌려온다. 민간 및 기업부문은 장기 자본설비투자나 운용자금의 금융비용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해외에서 저금리 자본을 차입하게 된다.
외채는 불확실한 소득수준과 소비수준의 불일치 갭을 메워주면서 소비를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기간별로 부드럽게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사회적 후생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본이 부족한데 외채를 통해 부족한 자본을 빌려와서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외채의 급격한 유입은 국내 유동성의 팽창을 가져와서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고,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금융위기나 외환위기의 경우에 단기적인 외채의 급격한 유출로 인해 국내에서 대외지급자금이 부족하게 되는 유동성 부족 현상을 겪게 되고 국가 지불이행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외채가 가지는 중요성을 감안하여 외채구조의 적정성, 외채 상환능력 등을 평가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외채관리지표를 개발하여 외채를 관리하고 있는데 국민소득대비 총외채,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총외채대비 단기외채 등의 지표를 이용하고 있다. 국민소득대비 총외채비율은 우리나라가 소득수준에 비해 얼마나 외채를 지니고 있는가를 나타내며,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외채 상환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외환보유액에 비해 단기적인 외채 상환능력을 나타내며, 단기적인 외채의 급격한 유출에 대비하여 우리나라 시장의 건전성을 살펴볼 수 있다.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의 비율은 우리나라 외채의 구조를 나타내며 총외채 중에서 단기적 외채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가를 알 수 있으며, 외채의 건전성을 나타낸다.
우리나라는 1997년 국민소득 대비 총외채의 비율이 32% 수준에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약 50%로 급증하였으나 그 이후 2005년까지는 25%이하로 하락하였다. 하지만, 그 이후 다시 외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2008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때에는 43%에 달하였다. 총외채에서 단기외채의 비중도 외환위기 기간인 1997년에 약 45%수준이었다가 그 이후 점차 감소하여 30%대로 낮아졌으나 2005년 이후 다시 급격히 증가하여 미국발 세계금융위기 기간 동안 45%대에 달하고 있다. 외채상황을 잘 나타내주는 국가신용위험성은 우리나라의 외채 차입 금리의 급격한 변동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외채 비율이 증가하는 2005년 이후에 외채차입 금리는 국제기준금리(LIBOR) 대비 751bp까지 급등하였다. 이 경우 차입금리가 높더라도 국내시장이 불안정하니까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 외화자금을 투자하지 않게 되고 정부와 민간부문의 장기외채 차입이 어려워져서 국내 외화유동성이 크게 악화되었다.
2005년 이후 국내 외채관리지표는 은행권의 단기외채 급증으로 본격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은행의 단기외채 급증은 시장요인 측면에서 국내기업 및 펀드자금의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 따르는 은행의 외화포지션 조정, 차익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계 은행의 국내지점과 국내은행의 외화차입, 저금리의 엔화자금 차입에 기인한다. 제도적으로는 국내 외화유동성 관리지표는 채권과 채무의 만기 불일치를 막는데 초점을 두고 있어서 단기외채를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었다. 또한 외국계은행의 국내지점에 대해서는 외환건전성 감독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외국계은행의 국내지점에 대한 단기외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러한 악화된 외채관리지표는 국내외환시장의 혼란과 외화유동성 악화로 연결되었으며, 1997년에는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로 발전되었다.
외환위기는 단기적인 외채의 급격한 자본유출로 인해 국내시장에서 외화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외화부족 상태에 빠지게 되고 우리나라 통화인 원화를 투매하고 미국달러를 수요하게 되면서 원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현상이다. 이 경우 국내 금융시장과 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해외투자자의 국내시장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외화자금의 국내유입이 어려워지면서 국내경제는 붕괴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금융위기도 외환위기와 유사하게 단기적인 외채가 급속히 유출되면서 이를 상환하기 위한 자금이 부족하게 되고 장기로 빌려준 채권을 회수 할 수 없게 되면서 은행이 외채상환 불이행상태에 빠지게 되는 현상이다. 이 경우 은행이 도산하면서 국내금융·자본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서 구제 금융을 지원하면서 국내 유동성이 급팽창하고 다시 국내통화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외환위기로 연결되기도 한다.
국제적인 비교에서도 총외채에서 단기외채의 비율이 클수록, 국민소득 대비 외채 비율이 높을수록 국가신용위험성이 높아지면서 단기 외화유동성이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과거에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었던 국가에 대해서는 이들 외채 비율의 상승이 국가신용위험성을 더욱 민감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국가 금융경쟁력과 경상수지 흑자비율이 클수록 국가신용위험도는 낮아지고 국제기축통화 사용국, 국제금융 중심국 등은 그렇지 않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가신용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외환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외채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취약한 외환시장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외부충격과 단기적인 외채 유출입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에 세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단기 외채의 실질적인 관리를 위해 은행의 단기외채 비율을 일정한 수준 이하로 낮추는 관리지표를 새롭게 개발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외국계은행의 국내지점에 대해 적용하고 있지 않는 외화건전성 감독 규정을 적용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외국계 은행의 국내지점은 국내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외환시장에서 쏠림현상 등 교란을 가져오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단기 외채 이외에 외화유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에 대한 개선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외환보유액과 경상수지를 더욱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나아가서 비국제통화국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통화국과의 통화 스왑 확대, 아시아 지역의 통화협력 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기적으로 금융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화유동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은행 시스템 보완 및 경쟁력 강화, 은행권의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