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혈통을 중시하고 인종적 차이를 긍정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혼혈은 차별의 조건이다. 따라서 혼혈인을 지칭하는 다양한 용어들 대개는 혼혈인을 인종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폄하하는 것들이 많다. 예전에 혼혈인들은 ‘튀기’나 일본어로 ‘아이노코(間の子)’로 불렸는데, 가령 튀기는 ‘종(種)이 다른 두 동물 사이에서 난 새끼’를 의미하기에 이 용어를 사람에게 쓰면 매우 경멸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이후 혼혈인들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부정적 의미를 지워나가면서 동시에 그 역사적 의미를 드러내는 새로운 명칭이 제기된 바 있다. 혼혈인을 대체하는 용어로 아메라시안(Amer-asian), 이중문화가정의 자녀, 국제아 등이 있었지만 이들 역시 혼혈인들의 사회적 지위를 제한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혼혈’이나 ‘코시안’을 대체할 새로운 용어가 제시되기도 했는데, 전라북도교육청(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2006년 공모를 실시하여 코시안 등 국제결혼 가정과 혼혈인을 포괄하는 명칭으로 ‘온누리안 (onnurian)’을 발표했다. 이 용어는 온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 '온누리'에 영어에서 사람을 뜻하는 어미인 '-ian'을 붙인 합성어이다. 한편 혼혈인 단체인 국제가족한국총연합회는 ‘국제가족’이란 표현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혼혈인이 나타나게 된 것은 과거에는 한국전쟁이나 미군 주둔으로 인해, 최근에는 국제결혼에 의해서였다.
한국전쟁 직후 갑작스럽게 늘어난 전쟁고아 및 혼혈고아의 입양을 위해서 정부는 1954년한국아동양호회(현 대한사회복지회의 전신)를 설립하였다. 혼혈인에 대한 최초의 정책인 해외입양은 현실적으로 혼혈인들이 한국사회에서 겪어야 할 차별과 편견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의 방향이 입양에만 집중됨으로써 다른 혼혈인 관련 정책이 일회적인 성격으로 그치게 되었다.
해외입양 정책은 이후 성인 혼혈인들의 이민 정책으로 전환되었는데, 직업교육과 병역 혜택 등은 해외이주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1972년부터 시작된 병역면제는 비자발적 병역 면제로 인해 정당한 시민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와 더불어 증가하는 혼혈인의 병역 면제가 부담스러웠던 정부 입장에 힘입어, 2010년 10월에는 전원 징병검사를 해 결과에 따라서 병역의무를 이행하도록 병역법을 개정했다.
한국의 초기 혼혈인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시, 냉대, 차별과 배제를 받고 성장하였고 상당수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해외입양으로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성인 혼혈인들 역시 무시와 차별 속에서 결국 낮은 학력, 저임금 노동, 불안정한 혼인 등 빈곤이 대물림되어 헤어날 수 없는 굴레 속에서 살아 왔던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한국의 최근 혼혈인은 1990년대 말 이후 한국인 남성과 동남아 여성간 국제결혼으로 출생한 다문화가족 자녀들을 주로 의미한다. 초기 혼혈인 세대와 특징적 차이는 아버지가 한국 사람이라는 점과 세계적으로 낮은 저출산 현상을 인구사회학적 배경으로 갖는다는 점이다. 가부장적 사회는 아버지가 외국인인 초기 혼혈인에 비해 후기 혼혈인에 대해 훨씬 우호적일 뿐 아니라 특히 혼인하지 못한 남성의 혼인 문제와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책으로서 국제결혼 및 혼혈인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혼혈인에 대한 인종 차별, 국가 위계, 혈통 차별 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양상은 다소 변화하고 있다. 초기 혼혈인에 비해 긍정적 인식과 우리 사회로 수용하려는 정책 등 최근 혼혈인에 대한 인식과 정책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다.
초기 혼혈인 수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근거 없이 적게는 2만 명에서 많게는 6만 명 정도가 태어났다고 추정해 왔는데, 사실 그동안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혼혈인이 태어났는지 그리고 현재 한국에 몇 명의 혼혈인이 살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초기 혼혈인들은 한국에 뿌리 내리지 못하여 대부분 떠나가고, 현재는 1천명도 남지 않은 상태이다.
정부의 보건사회통계연보에 따르면, 혼혈인 수는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꾸준히 증가하다가 1968년을 정점으로 감소하였다. 정부집계에 의해 가장 많은 혼혈인을 기록한 1968년 혼혈인 수는 1,623명이었고, 그 후 감소추세에 따라 1974년까지 1,134명, 1981년 680명으로 감소되었고, 1984년 829명으로 추산되었다.
최근 국제결혼 급증으로 늘어난 혼혈인 즉 다문화가족 자녀는 2006년 2만 5,000명에서 2007년 4만 4,000명, 2008년 5만 8,000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009년에는 10만 3,000명으로 2008년에 비해 약 2배 증가하였다. 특히 한국인과 아시아계 외국인 사이의 혼혈인(일명 코시안) 수가 농촌지역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최근 국제결혼 비중이 전체 혼인 가운데 10%를 넘어 서서 국적 및 인종이 다른 사람들 간의 혼인과 출산으로 인한 혼혈인 증가는 시대적 특징이 되고 있다. 연세대학교구성열(인구경제학) 교수팀의 ‘국제결혼율 장기 전망’ 연구를 통한 국내 혼혈인구 증가 추이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혼혈 인구는 2020년경에는 167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고, 2020년에는 20세 이하 인구 5명 중 1명, 신생아 3명 중 1명이 혼혈인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및 전망 속에서 혼혈인에 대한 새로운 조망은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