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재조합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은 유전자변형식품 또는 유전자조작식품으로도 불린다. 용어가 이렇게 다양하게 사용되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논란이 크다는 반증이다. 사실, 식량증산과 품질개선을 목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하려는 시도는 현대 유전학 이전에도 육종이라는 형태로 있어왔다.
다만, 종간 거리를 무시한 채 보다 직접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자연 상태에서는 불가능한 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는 건강을 목적으로 하는 기능성 작물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거의 모든 식품은 자연 상태 그대로가 아니라 인간이 인공교배를 통해 재배·육성한 것이라는 점에서 식물에 대한 유전자 조작의 역사는 오래된 것이다. 생물학과 유전학 관련 지식의 증가에 따라 생명공학, 특히 유전공학이 발전하면서 유전자재조합식품의 개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기술적 차원에서, 유전자재조합식품이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은 1970년대 중반에 재조합 DNA를 구현할 수 있는 유전자재조합기술이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유전자재조합식품은 유전자재조합기술을 상업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초의 상업화는 1994년에 미국의 칼젠(Calgene) 사에서 개발한 ‘무르지 않는 토마토’라는 뜻을 지닌 플래버 세이버(Flavr Savr)였다. 그러나 이 토마토는 제품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맛이 좋지 않아 상업화에는 실패한다.
1996년 미국의 몬산토(Monsanto) 사가 제초제내성 콩인 라운드업레디(Roundup Ready)를 개발하면서 유전자재조합 작물의 상업적 생산이 본격화된다. 처음에는 유전자재조합식품에 대한 관심이 식량증산과 식품의 품질개선에 있었지만, 현재는 비타민 A를 함유한 황금쌀의 개발과 같은 기능성 식품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최초로 상업화된 유전자재조합식품인 칼젠 사의 플래버 세이버를 예로 들어 유전자재조합식품의 제작원리를 살펴보면, 토마토가 잘 무르는 이유는 PG 유전자 때문이다. 이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할 수 있다면 토마토가 무르는 현상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FS(Flavr Savr) 유전자이다.
FS 유전자를 토마토 씨에 집어넣어주면 유전자재조합 과정을 통해 PS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고, 그 결과 무르지 않는 토마토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FS 유전자를 집어넣는 것은 유전자재조합기술에 기반한 것이며, FS 유전자의 운반체(벡터)인 플라스미드를 이용한다. 플라스미드의 일부를 제거한 다음, FS 유전자에 해당하는 DNA의 단편(斷片)을 결합해주면 유전자의 운반체가 마련되는 셈이다.
1996년 유전자재조합식품인 라운드업레디가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이후 전 세계에서 다양한 작물 재배에 나서고 있다. 현재 4대 주요 유전자재조합 작물로는 콩, 옥수수, 유채, 면화를 들 수 있고, 주요 재배 국가로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 캐나다, 중국 등을 꼽을 수 있다.
국제생명공학응용정보서비스(ISAAA)에 따르면, 2009년에 유전자재조합 작물 재배는 전 세계 25개국에서 1억 3400만ha의 농지에서 이루어졌다. 이는 한 해 전보다 7% 증가한 것이며, 최초의 상업화가 이뤄진 1996년과 비교하면 재배 면적에서 80배가 증가한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재배가 허용된 유전자재조합 작물은 없다. 세계적으로는 콩, 옥수수, 유채, 면화, 파파야, 사탕무 등 기존 작물 이외에도 2009년에 중국이 자체 개발한 유전자재조합 쌀의 재배를 승인했고, 2010년에 유럽연합은 산업용 유전자재조합 감자의 재배를 승인하는 등 그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또한, 기존의 유전자재조합식품은 식량증산을 위한 제초제 내성, 해충 저항성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던데 반해, 현재에는 비타민 함량 강화, 트랜스 지방산 감소, 가뭄 스트레스에 견디는 특성, 식물병에 견디는 특성, 곰팡이에 견디는 특성 등 개발 목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뭄에 견디는 유전자재조합 쌀 등 새로운 기능성을 더한 농작물이 개발되고 있다.
유전자재조합식품은 뜨거운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의 유전자재조합식품을 둘러싼 무역 논쟁은 매우 치열했다. 논쟁의 핵심에는 식품 안전이 놓여 있는데, 사전 예방원칙과 실질적 동등성의 원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사전 예방원칙은 유전자재조합식품은 유전자 조작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자연 상태에는 존재하지 않은 품종을 개발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자연에 존재한 적이 없는 새로운 품종이기 때문에 식품의 안전성은 보장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더욱이, 식품은 우리가 직접 섭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안전도는 매우 엄격해야만 한다. 이런 조건 속에서 안전이 충분히 보장될 때까지 유전자재조합식품의 개발과 유통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실질적 동등성의 원리는 유전자재조합식품이 육종을 통한 전통적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육종을 통해 새로 만들어진 품종이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유전자재조합 방식으로 만들어진 신품종도 괜찮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 속에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취지로 표시제가 시행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외에도, 유전자재조합식품은 슈퍼 잡초와 생물종 다양성의 파괴 등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와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