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휴대용 전자기기에는 전지가 사용된다. 이는 계통망의 전선에 연결된 경우에는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곧바로 이용할 수 있지만 전선에 연결되지 않은 경우에는 전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전지는 충전 여부에 따라 크게 1차전지와 2차전지로 나뉜다.
1차전지는 충전이 되지 않는 전지로 건전지, 수은전지, 리튬전지 등을, 2차전지는 충전이 되는 전지로 휴대폰·노트북·전기차 등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 및 리튬폴리머전지, 그리고 축전지 등을 들 수 있다.
현대적 의미에서 전지에 대한 기원은 이탈리아 생물학자 갈바니(Luigi Galvani)의 ‘동물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780년에 갈바니는 실험 도중 개구리 뒷다리에 구리선과 철선을 연결하자 뒷다리 근육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여 동물에게서 발생하는 전기라는 의미로 동물전기라고 이름을 붙였다.
1799년에 또 다른 이탈리아 물리학자 볼타(Alessandro Volta)는 ‘볼타 파일’(Volta's pile)이라 불리는 최초의 전지를 발명했다. 그는 갈바니의 실험을 더욱 발전시켜 아연판과 구리판을 소금종이 사이에 두고 차곡차곡 쌓는 방법으로 전지를 발명할 수 있었다. 그 후, 그는 구리와 아연, 황산을 이용하여 오늘날 볼타전지로 알려진 전지의 원형을 만들었다. 현재 우리가 전압의 단위로 쓰는 볼트(V)는 볼타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1859년에 프랑스의 물리학자 플랑테(Gaston Planté)는 납축전지를 발명하였다. 1901년에 에디슨(Thomas Edison)은 에디슨전지라고 불리는 가볍고 안정적인 알칼리축전지를 발명해서 포드자동차 T형에 장착했다.
현재 가볍고 작으며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줄 수 있는 전지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제품경쟁에서 핵심을 차지하기 때문에 개발에 집중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 등의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서도 성능이 우수한 축전지의 개발이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에 관련 기술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는 전자의 흐름으로 발생한다. 전지는 여러 가지 물리적, 화학적 반응을 통해 전자를 발생시키는 장치이다. 화학전지는 기본적으로 산화-환원반응을 이용한다. 산화반응은 어떤 분자가 전자를 잃는 것으로, 환원반응은 전자를 얻은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볼타전지의 경우에는 구리판과 아연판, 황산용액을 이용하는데, 아연판에서는 아연이 황산에 녹는 산화반응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아연은 2개의 전자를 내놓는다. 아연판과 구리판을 전선으로 연결하면 아연판에 발생한 전자들은 구리판으로 이동한 다음 수소와 반응하여 수소기체를 발생시킨다. 즉, 구리판에서는 환원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반응을 지속시키면 발생한 전자는 전선을 따라서 아연판에서 구리판으로 계속해서 이동하게 된다. 즉, 전기가 흐르는 것이다.
태양광전지는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를 접합시켜서 전자의 흐름을 형성한다. 햇빛이 비추면 전자와 정공이 발생하는데, 전자는 N형 반도체로 전공은 P형 반도체로 이동한다. 이때 N형과 P형 반도체를 전선으로 연결해주면 전자가 전선을 따라 N형에서 P형으로 이동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킨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지(축전지)는 휴대용 기기와 전기자동차, 전력산업 등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의 성능은 전지의 수명에 좌우되기 때문에 관련 제조업체는 리튬계열의 2차전지인 리튬이온전지나 리튬폴리머전지의 성능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전력산업에서도 태양광전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생산된 전기를 축전함으로써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힘을 쏟고 있다.
한편 수소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료전지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연료전지는 연료에서 추출한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키는 기본구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연료를 주입하면 계속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또한, 기존의 화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에 비해서 효율이 높고, 연료를 직접 태우지 않기 때문에 환경오염도 거의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우주선, 잠수함 등 특수 용도의 활용에서 벗어나 산업계에서도 상업화를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포스코를 비롯하여 두산, LG 등이 연료전지 사업에 힘을 쏟고 있고, 정부에서도 신재생에너지의 일환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전기가 인류의 문명에 미친 영향을 생각할 때 전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휴대용 전자기기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서 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의 발전과 전력산업에서도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태양광발전의 경우, 현재 주로 이용되고 있는 반도체를 대신하여 값이 싸고 환경친화적인 유기물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계절이나 시간, 장소의 제한을 받는 태양광, 풍력 발전 등의 경우에 생산된 전기를 축적할 수 있는 축전지 기술의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다.
한편, 수소경제와 연료전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과도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소경제의 환상이 재생가능에너지의 발전을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업체와 석유업계 등 특정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하고 있다. 보통 연료전지를 무한에너지라고 하거나 청정에너지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연료전지가 수소를 연료로 하기 때문이다.
물을 분해하면 무한한 양의 수소를 얻을 수 있고,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키면 부산물로 물이 나오기 때문에 청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화석연료에서든 물에서든 수소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한다. 만약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추출하려면 전기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연료전지가 무한한 지를 보려면 적어도 투입된 에너지와 산출된 에너지를 비교해보아야 하는데, 에너지보존법칙에 따라 전환된 에너지가 더 클 수는 없기 때문에 무한에너지라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 또한, 수소 추출에 사용하는 전기가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에서 공급된 것이라면 연료전지 자체는 청정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전체 과정을 고려하면 그렇다고 볼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