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지은니 대방광불화엄경(紺紙銀泥 大方廣佛華嚴經)』 정원본 권34는 함께 제작된 『감지은니 대방광불화엄경』 정원본 권31(국보 제215호)의 발원문에 의해 충숙왕(忠肅王) 복위 6년인 1337년 대부소감동지밀직사사(大府少監同知密直司事) 최안도(崔安道) 부부가 돌아가신 부모님의 안락과 자기 부부의 장수와 복락, 내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발원한 사경이다.
이 사경은 본문의 천지(天地)를 금선, 계선(界線)을 은선으로 그은 점, 본문의 서체 등이 『감지은니 대방광불화엄경』 정원본 권31과 같아 두 책이 함께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변상도의 모습은 전혀 다르고, 발원문은 권31에만 있다.
주본 화엄경(80권본), 진본 화엄경(60권본)은 물론 정원본 화엄경(40권본)도 각 권마다 내용이 다르고, 각 법회마다 각각 다른 보살이 설법을 한다. 따라서 정원본 권34에 그려진 변상도는 보살이 본존인 비로자나불 옆에서 설법하는 광경을 표현하고 있다. 정원본 화엄경 권34에는 선재동자가 미륵보살을 찾는 장면이 나오는데, 의보(依報)를 보고 찬탄하는 부분과 게송으로 찬탄하는 장면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것은 보현보살을 만나서 묘각(妙覺)의 지위를 깨닫는 장면의 가장 첫 부분에 해당하는 지말법회(枝末法會)의 장면을 담은 것이다.
이 사경에 그려진 변상도는 본문의 내용은 그리지 않고 설법 장면만을 표현하였다. 장면은 중앙에 지권인(智拳印)을 취한 비로자나불이 정면을 향해 앉아 있고 좌우에 본존불을 모시고 있는 협시보살(脇侍菩薩)과 6보살, 두 명의 제자가 대칭적으로 배치된 간략한 구도로 그려졌다. 이들을 둘러싼 공간은 구름으로 채워져 있으며 본존의 머리 위로 꽃잎에 싸인 천개(天蓋). 좌우 공간에는 꽃이 날라다닌다.
설법하는 그림(說法圖)만을 그린 이 사경은 『감지은니 대방광불화엄경』 정원본 권1에 비해 여백이 많다. 또한 크게 표현된 존상들을 가늘고 예리한 금색 필선으로 유연하게 묘사한다. 화면을 2개의 선으로 구획해 하단에만 연잎을 일렬로 이어 놓은 점도 특징적이다. 이러한 표현 양식은 금강저(金剛杵)를 이어 놓은 테두리로 구획한 『감지은니 대방광불화엄경』 정원본 권1을 비롯해 고려 후기 사경 변상도의 양식과는 다르다. 그러나 부처들의 정교한 얼굴 표현, 천개를 감싸고 있는 꽃, 영지버섯 모양의 구름 등 이 변상도의 표현 양식 및 예리하고 유연하게 묘사된 선은 14세기 전반기 불교 회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그러므로 『감지은니 대방광불화엄경(紺紙銀泥 大方廣佛華嚴經)』 정원본 권34의 변상도는 제작된 후 혹은 제작하면서 변상도 부분을 보수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