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반야(般若)가 당 정원(貞元) 연간(795∼798) 대방광불화엄경의 마지막 품인 입법계품(入法界品: 入不思議解脫境界普賢行願品을 줄인 명칭)만을 40권으로 번역한 정원본 화엄경 중 권31의 본문을 옮겨 쓰고, 본문 앞에 변상도를 그린 사경이다. 짙푸른 감색으로 물들인 종이에 은물감으로 본문을 쓰고, 앞부분에 금물감으로 변상도를 그린 두루마리(卷子本) 형태이다. 높이는 31㎝, 펼쳤을 때의 길이는 881.7㎝, 변상도의 크기는 19.0㎝×35.9㎝이다.
이 사경은 충숙왕(忠肅王) 복위 6년인 1337년에 대부소감동지밀직사사(大府少監同知密直司事) 최안도(崔安道) 부부가 돌아가신 부모의 안락과 자기 부부의 수명장수와 복락, 재앙 방지, 그리고 내세의 극락왕생 등을 기원하며, 교연(皎然) 스님을 화주로 삼아 발원한 사경이다. 최안도는 충숙왕이 심양왕(瀋陽王)으로 원에 억류되어 있을 때 시종한 공으로 1등공신이 되었으며, 대부소감이라는 원의 관직명에서도 알수 있듯 대표적인 친원계 인물로 알려져 있다.
변상도는 선재동자(善財童子)가 문수보살의 가르침으로 찾은 55명의 선지식 중 43∼45번째인 천주광천녀(天主光天女), 편우동자(徧友童子), 선지중예동자(善知衆藝童子)를 찾아 법을 구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화면의 오른쪽에는 수미산(須彌山) 위 도리천(忉利天)의 천주광천녀를 찾은 선재동자가 무릎을 꿇고 법을 구하는 장면을 표현하였다. 시녀를 대동한 천주광천녀는 높은 보관을 쓰고 천의를 걸친 모습으로 도리천궁에서 선재동자를 맞고 있다. 바다 가운에 솟은 수미산을 큰 용이 휘감고 있고 좌우에 해와 달이 떠 있다. 편우동자는 여인의 모습, 선지중예동자는 머리를 묶은 동녀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각기 실내에 앉아서 계단을 오르며 법을 묻는 선재동자를 맞는 모습이다. 이 세 장면은 금강저가 이어진 테두리로 구획된 한 화면을 세로로 3등분하여 그려졌는데, 각 장면은 건물, 나무와 구름 등으로 자연스럽게 구획되어 있다. 수미산의 표면, 나무줄기, 기둥 등에만 가해진 옅은 선염 외에는 모든 장면이 매우 가늘고 예리한 선묘로 표현되었다. 인물들의 웃는 표정에서는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지며 건물의 세부, 옷과 커텐의 문양, 다양한 나뭇잎의 모습 등 고려 사경변상도의 정치(精緻)한 특징이 유감없이 드러나 있다. 표정있는 얼굴모습, 각종 문양, 계단, 영지버섯 모양의 구름, 나뭇잎들의 세부표현은 도안화가 심화되기 전인 14세기 전반기 사경변상도의 양식을 알려준다. 짜임새있는 구성력과 정교하고 치밀한 필선 등 고려 후기 사경변상도의 높은 수준을 보여주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