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구마라집(鳩摩羅什)이 번역한 묘법연화경 7권본의 사경으로, 푸른색의 쪽빛 물감을 들인 감지(紺紙)에 금물감으로 변상도를 그리고 본문은 은물감으로 글을 썼다. 병풍처럼 펼쳐볼 수 있는 절첩(折帖) 형태로 접었을 때의 크기는 세로 42cm, 가로 14.2cm이며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 각 권의 뒷면에 붉은 글씨로 ‘廣德寺(광덕사)’라 쓰여있어 이 절에 소장되어 있던 한 질(秩)임을 알 수 있으나 광덕사에서 제작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시기는 불확실하나 이 법화경 7권은 사찰에서 유출되어 각 권이 분리되어 유통되어왔다. 권1(보물, 1963년 지정)과 권7(보물, 2007년 지정)은 국립중앙박물관, 권2ㆍ4ㆍ5ㆍ6(보물, 1963년 지정)은 불교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으며, 권3(보물, 2007년 지정)은 동아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왔음이 최근 알려졌다. 권7의 사성기(寫成記)에 의해 비구 덕명(德明)이 돌아가신 모친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세종 4년 발원하였음을 알수 있다. 권1, 권3, 권7에 각기 내용이 다른 시주질이 기록되어 있어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여 제작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각 권의 앞뒷면 표지에는 금니의 2조선으로 테두리를 두르고 그 안에 당초문을 넣었다. 이 곽 안에 보상화(寶相華) 4송이가 세로로 정연히 그려졌는데 각각의 꽃을 당초가 감싸고 있다. 꽃잎은 길죽하고 직선적으로 그려져 고려시대 사경의 표지화의 꽃보다 형식적인 모습이다. 앞표지의 중앙에 경의 제목을 넣었다.
본문은 상하금니쌍선(上下金泥雙線)을 긋고, 1절(折)에 6행(行) 17자(字)의 은물감으로 썼다. 서체는 전형적인 고려후기의 사경서체의 전통을 이었으며 곧으면서도 각이지지 않는 필획을 구사하여 고려 사경체에 비해 예리함은 줄어들었으나 차분한 분위기를 이룬 특징을 보여준다.
표지를 열면 본문에 앞서 변상도가 전개된다. 변상도는 금강저(金剛杵)와 법륜(法輪)을 교대로 배치한 난곽으로 화면을 정의하고 그 내부에 그림을 그려 고려시대 법화경사경변상도의 보편적인 형식을 보여준다. 화면의 오른쪽에는 석가모니의 설법장면, 왼쪽에는 권1의 내용에 대한 변상장면이 전개된다.
설법장면의 비중이 변상 장면 보다 커서 화면의 2/3를 차지한다. 법상(法床)을 앞에 놓고 설법하는 석가모니불은 얼굴을 앞으로 내밀고 손을 들어 앞을 가리키는 자세에서 한창 설법에 열중하고 있는 동감이 느껴진다. 주위에 제자, 보살, 사천왕들이 불상을 에워싸고 있다. 이들과 마주하여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설법을 경청하는 청문중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서품에서 명기한 사부대중(四部大衆)과 신중들이다.
나머지 공간에는 법화경 권1의 내용인 서품(序品)과 방편품(方便品)의 변상이 그려져 있다. 석가의 백호(白毫)에서 길게 뻗어나온 광명 안에 열반상(涅槃相), 육도윤회(六道輪回)의 장면, 지옥의 장면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붓다가 영취산에서 설법 전에 삼매에 들어 백호광명을 놓아 일만팔천세계를 비추었다는 서품의 내용을 묘사한 것이다. 화면 왼쪽에는 보살이 지옥의 죄인을 구제하는 장면, 삼존불이 봉안된 불전(佛殿)과 그 앞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공양하는 모습, 땅에 불화를 그리는 장면, 아이들이 흙으로 탑을 만들어 예배하고, 불상을 만드는 장면들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불상과 불화를 제작하거나 탑을 건립한 공덕으로 성불(成佛)한 사례를 설한 방편품의 내용을 그린 것이다.
불상을 비롯한 존상의 획일적인 표정, 옷주름선에 가해진 이완된 필선, 구름이나 산화(散華)와 같은 문양의 표현 등에서 전반적으로 형식화된 양상을 보이고 서체에서도 예리함이 줄어들었으나 경전의 체재와 도상 등 고려말 법화경사경의 전통을 계승한 조선초기의 사경이다. 권1 말미에는 다음과 같은 시주질이 기록되어 있다.
永嘉郡夫人權氏(영가군부인권씨) 表仁桂(표인계) 學連(학련)
狹場郡夫人李氏(협장군부인이씨) 石天貴(석천귀) 淸訥(청눌)
密陽郡夫人朴氏(밀양군부인박씨) 無言兩主(무언양주) 戒頊(계욱)
西華郡夫人任氏(서화군부인임씨) 崔莊(최장) 信祥(신상)
金氏(김씨) 韓氏(한씨) 金元兩主(김원양주) 信芬(신분)
姜淑愼兩主(강숙신양주) 都致兩主(도치양주) 吾金(오금)
孟㓐生兩主(맹㓐생양주) 徐羅大兩主(서나대양주) 毛知里(모지리)
全信兩主(전신양주) 柳楊兩主(류양양주) 白隱伊兩主(백은이양주)
全松兩主(전송양주) 全龍兩主(전룡양주) 全大允兩主(전대윤양주)
毛知里兩主(모지리양주) 金之大兩主(김지대양주) 全哲兩主(전철양주)
仇德兩主(구덕양주) 士隱吾未兩主(사은오미양주) 金甫龍兩主(김보룡양주)
曾凍兩主(증동양주) 曾希兩主(증희양주) 趙思文兩主(조사문양주)
고려 후기 법화경사경의 전통을 계승한 조선초기의 사경으로 변상도를 갖춘 연대가 확실한 완질본이므로 사경서체와 변상도의 양상 등 조선 초기 사경 연구에 훌륭한 자료로 평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