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중앙(中央)』에 발표된 단편소설.「달밤」은 아이러니의 기법을 사용하여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소설 속의 바보스런 주인공은 부조리한 사회 현실과 인간의 허위의식에 대해 바보의 천진성과 단순성으로 대항하고 있다. 현실에 대한 작가의 비판의식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인물의 개성적 성격 묘사를 통해 그들이 처한 암울한 삶의 실상을 객관적 시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 배경이 되는 일제 식민정책의 모순을 드러낸다.
서술자인 ‘나’와 천진한 품성을 지닌 '황수건'이라는 못난 사내가 엮어내는 이야기며, 황수건이 각박한 세상사에 부딪혀 아픔을 겪는 모습이 중심을 이룬다.
'나'는 문 안에서 성북동으로 이사와 ‘황수건’을 만나게 된다. 그는 비록 못난이지만 천진하고 순박한 사람이다. 아내와 함께 형님 집에 얹혀살면서 학교 급사로 일하던 중 쫓겨나 신문 배달 보조원 일을 한다. 그의 희망은 원배달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못난이라는 이유로 그 꿈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의 순수한 모습에 공감하고, 그가 배달원 자리마저 잃자, 그가 급사로 있던 삼산 학교 앞에서 참외 장사라도 해보라고 돈 삼원을 준다. 그러나 참외 장사마저 실패하고 아내는 달아난다. 달포 만에 찾아온 황수건은 포도를 대여섯 송이 사왔다며 ‘나’에게 준다. 그러나 곧 쫓아온 사람 때문에 포도원에서 훔쳐온 것이 들통 난다. 나는 포도값을 물어주고, 그의 마음을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후 어느 날 밤, ‘나’는 그가 서툰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것을 본다. '나'는 그를 부르려다 무안해 할까봐 얼른 나무 그늘에 몸을 숨긴다.
지식인 화자가 무능력하고 소외된 인물에 대해 연민과 인간적 정을 느끼는 모습을 통해 인간애를 중시하는 이태준의 작가의식을 알 수 있고, 나아가 그런 인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냉혹한 현실의 어려움을 통해 당대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