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문장』에 발표된 단편소설. 1931년 만주에서 있었던 '만보산 사건'을 제재로, 재만(在滿) 조선 농민들의 끈질긴 삶의 투쟁과 생명력을 사실주의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윤창권 일가는 봉천행 보통급행 삼등 열차를 타고 고향을 떠나 만주 장춘으로 향한다. 젊은 창권은 아내와 어머니, 병든 조부와 함께 살기 어려운 현실을 벗어나 조선 이민들의 집단촌인 '쟝쟈워푸'에 정착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농사를 짓기 위해 필요한 물을 위해 조선 농민들이 수로 공사(水路工事)를 하자 중국 토착민들은 자신들의 밭이 피해를 입는다는 이유로 공사를 방해한다. 조선 농민들은 ‘물길이 아니면 무덤’이라는 자세로 강력히 대항한다. 황채심과 조선 농민 대표들은 중국인들을 찾아가 봇물이 들어오면 중국인도 벼농사를 지을 수 있으며 농사짓는 법도 알려주겠다고 설득해보지만 전혀 듣지 않는다. 추위 속에 창권의 조부는 운명(殞命)하고 공사가 중단된다. 봄에 공사를 재개하자 중국인들은 군인까지 동원하여 공사를 저지한다. 조선 농민 대표자들이 그 부당성을 관청에 진정하지만 오히려 감금당한다. 중국인들은 황채심을 이용해 조선 농민들을 회유하려하나 그는 농민들이 뜻을 관철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이에 황채심은 다시 끌려가고 조선 농민들은 힘을 다해 물길을 낸다. 중국군의 총성이 울리고 총알이 창권의 살을 뜷고 지나간다. 그러나 드디어 물길이 솟구치고 물은 끝없이 벌판을 번져 나간다.
일제 치하 농민들이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그 배경이 되는 일제 식민정책의 모순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만주에서의 투쟁을 통해 민족적 저항의식을 강조하여 어려운 현실을 사실적으로 알리려는 작가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일제의 국책을 선전하고 일본의 만주 침략을 소설로 추인하는데 일조했다는 비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