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국민문학(國民文學)』에 실린 삼인칭 전지적 시점의 단편소설로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잘 드러낸다. 주인공 매헌은 작가 자신의 분신과 같은 인물이며, 자연 풍경 묘사를 통해 삶의 허무함을 형상화하고 있다. 석양의 모습은 타옥이 떠남으로 매헌이 맞게 되는 황혼을 암시하며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련된 감각의 이태준의 문체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중년의 작가 매헌은 피로를 풀고자 경주에 온다. 그곳 고완품점에서 물건을 파는 처녀 ‘타옥’을 만난다. 경주의 유적지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그녀는 일본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지적 수준이 탁월했다. 그녀가 읽고 있던 책이 우연히도 매헌 자신이 쓴 것임을 보고 대화 중에 자신이 책의 저자임을 밝히게 되고 둘은 서로 가까워진다. 나무에 올라 오릉을 감상하기도 하며 천진하게 젊음을 드러내는 타옥에게 매헌은 마음이 끌린다. 서울로 돌아온 매헌은 편지를 교류하고 타옥을 그리워한다. 봄이 되자 다시 경주를 찾아 그곳에서 타옥과 여행하며 그녀가 이조백자 같은 여자라고 생각한다. 어느 책사와 전작 한편을 계약하고 탈고를 위해 해운대 온천에 온 매헌은 타옥에게 기별을 한다. 찾아온 그녀는 청춘의 절정에 이른 아름다움을 보이지만 자신은 늙음을 느낀다. 함께 해변을 산책한 후 매헌이 잠든 새 타옥은 최근에 이루어진 자신의 약혼을 알리고 동경에서 오는 약혼자를 마중하러 떠난다며 축복해 달라는 글을 남긴 채 떠난다. 매헌은 쓸쓸함을 느낀다.
초로에 접어든 한 작가와 처녀와의 애틋한 사랑을 통해 무상한 삶에 대한 우수를 그린 작품으로 인생의 아름다움과 허무함을 그리는 작가의식이 자연 풍경 묘사와 조화를 이룸으로써 주제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