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의 단편집 『가마귀』(1937)에 수록되어 있다. 이 소설은 죽음에 직면한 한 여인의 심리변화를 추적한 작품으로, 까마귀의 출현과 그 울음소리는 죽음의 상징으로 연결된다.
폐결핵으로 두번이나 각혈을 하여 빈사상태의 몸을 이끌고 요양지에 와서 정양중에 있는 아리따운 미혼여인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마음가짐은 때때로 변화해간다. 그는 죽음에 대한 낭만적인 심정을 가지기도 하지만, 한편 공포도 지니게 된다.
그리고 까마귀의 영상은 이 죽음에 직면한 여인에게 “한번은 꿈을 꾸었는데, 가마귀 뱃속에 무슨 부적이 들구, 칼이 들구, 시퍼런 불이 들구 한걸 봤어요 …… ” 하고 죽음과 직결되는 환상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결국 이 여인은 약혼대상의 젊은이 옆에서 운명하고 만다.
이 작품은 죽음에 맞부딪친 한 인간의 심리를 정밀하게 그리고 있으며, 더욱이 그 문장의 다감하면서도 부드럽고 섬세한 표현은 작중인물의 마음의 흐름과 죽음의 배경을 이루는 절박한 분위기를 실감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