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 10행의 자유시이다. 1938년 8월 『청색지』 2호에 발표되었다. 구성동(九城洞)은 금강산에 있는 계곡의 지명이다.
시의 구성은 한 연이 2행씩 5연으로 이루어져 단순하고 간결하다. 시의 제목인 ‘구성동’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물이나 자연 현상을 그리고 있다. ‘구성동’은 아홉 개의 성으로 이루어진 골짜기’라는 뜻이며 ‘아홉’이라는 숫자가 상징하듯 절대적이고 자족적인 세계이다.
1연에서는 구성동에 ‘유성(流星)’이 묻힌다는 진술로 새로운 우주적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다. 2연에서는 ‘누뤼’, 즉 우박이 소란히 쌓이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시간이 축적되는 양상을 그린다. 3연에서는 “꽃도/귀양 사는 곳”이라는 간명한 진술로 새로운 생명의 존재를 부각한다. ‘꽃’은 비록 ‘귀양’을 살지만 생명과 아름다움에 대한 초월적 이상을 내포하는 존재로 시인의 정신적 이상을 표상한다. 4연에서는 절터도 없어지고 바람도 모이지 않는 적요한 풍경을 묘사한다. 절터조차 없어져서 인간사의 자취를 찾아볼 길 없고 그 무엇도 모이거나 구속되지 않는 허허로운 상태가 제시된다. 4연의 텅 빈 공간에 이어 5연에서는 사슴이 등장하면서 그 움직임이 더욱 돋보인다. ‘사슴’은 고요히 비어있는 우주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신비한 생명의 이미지이다. 그러므로 사슴이 등장하는 시간은 단순히 하루의 소멸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간이 탄생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 한 편의 시에는 정지용이 그리던 이상적 세계가 함축적으로 펼쳐진다. 정지용은 인간사가 개입하지 못하는 절대적인 시공간에서 존재의 생명과 아름다움이 구현되는 장면을 상상했던 것이다. 이 시는 동양적 산수화의 풍경을 시적으로 재현한 것으로, 적극적 초월의 공간에 대한 정신적 지향을 담고 있다.
이 시는 정지용 후기시의 특징인 산수시(山水詩)의 출발점에 해당하며, 우리의 오랜 시적 전통을 독자적인 현대어로 개진하여 한국 현대시의 성숙에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