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 3행의 자유시이다. 1936년 1월에 간행된 백석의 시집 『사슴』에 실려 있다.
이 시는 줄글 형식의 긴 행들이 각각 하나의 연을 이루며 전체 3연으로 구성되어 있다. 1연에서는 모닥불에서 타고 있는 자질구레한 사물들이, 2연에서는 모닥불을 쬐고 있는 소외된 사람들과 동물들이, 3연에서는 모닥불에 얽힌 ‘슬픈 역사’가 제시된다.
이 시에서는 추운 겨울날 모닥불을 피워놓고 이것저것을 태우며 불을 쬐고 있는 농촌 공동체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새끼오리’, ‘헌신짝’, ‘소똥’, ‘갓신창’, ‘개니빠디’, ‘너울쪽’, ‘짚검불’ 등 모닥불에서 타고 있는 보잘 것 없는 사물들을 일일이 나열하여 한 행이 길어진다. 아무렇게나 버려졌던 것들이 모닥불을 이루어 타고 있다.
모닥불을 쬐고 있는 군상 역시 이 사물들과 짝을 이룰 만한 보잘 것 없는 처지들이다. ‘재당’, ‘초시’, ‘문장늙은이’, ‘더부살이 아이’, ‘나그네’, ‘땜쟁이’ 등 모두가 초라하고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모닥불을 쬐는 무리 중에는 ‘큰 개’와 ‘강아지’도 끼어있다. 집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처지는 서로 다르지 않다.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이 초라한 무리를 시인은 일일이 호명하며 모아놓는다. 이들은 모두가 모닥불을 둘러싸고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룬다. 보잘 것 없던 사물들이 모닥불로 타오르면서 보잘 것 없던 무리들을 온기로 묶는다.
마지막 연에서는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였던 할아버지가 혼자 모닥불을 쬐다 몽둥발이가 된 사연이 제시된다. 할아버지의 ‘슬픈’ 이야기는 부모나 거처를 잃어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 모두가 공감할만한 ‘역사’이다. 이 시에서는 그 역사를 함께할만한 소외된 사람들이 모여 온기를 나누는 따듯한 정경을 통해 공감과 위안의 정서를 펼쳐 보인다.
이 시는 소외된 존재들이 공동체를 이루어 형성하는 평등하고 충일한 세계를 소박한 언어와 담담한 어조로 질박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