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구성은 1~8행까지의 처음, 9∼23행까지의 중간, 24∼32행까지의 끝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부분에서는 박시봉의 집에 들기까지의 방황의 과정을, 중간 부분에서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느낀 슬픔과 절망감을, 끝부분에서는 현실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각성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시의 화자는 시인 자신에 가까운데, 가족과 떨어져서 객지의 낯선 방에 칩거한 채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슬프고 부끄러운 과거의 삶을 회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크고 높은 것”의 존재를 깨닫고 집착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아를 깨닫는 과정이 잘 드러난다. 시의 끝부분에서는 ‘갈매나무’를 통해 “드물고 굳고 정한” 존재를 향한 자아의 이상을 투사한다.
이 시에서는 유장한 호흡과 잦은 쉼표로 내면의 진솔한 고백을 담아낸다. 내면의 독백이 사실적으로 전달되는 이 시의 산문적 어조는 압축과 절제의 방식보다 화자의 회한과 숙고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러한 어조로 인해 이 시의 진정성은 더욱 부각된다.
이 시의 독특한 개성을 이루는 갈매나무의 상징은 산문적 진술만으로 획득하기 힘든 시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아름답고 고고한 갈매나무에서 오랜 번뇌의 끝에 집착에서 벗어나 새롭게 각성된 시인의 자아를 엿볼 수 있다.
이 시는 민족의 고난과 함께 하는 유랑생활의 비애를 그리면서도 숭고하고 강한 의지를 지향하는 고매한 정신을 제시하여 한국시의 수준을 드높이 끌어올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