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연 50행의 자유시이다. 1938년 11월에 간행된 이용악의 두 번째 시집 『낡은 집』에 실려 있다. ‘낡은 집’이라는 시적 대상의 내력과 그를 둘러싼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서사시적 성격을 지니며, 시의 구성은 맨 처음에 현재 상태를 제시하고, 이후 과거로 돌아가서 시간 순서대로 설명을 해나가는 비순차적 구성 방식을 취한다. 서사성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시적 화자가 관찰자의 시점에서 시적 대상에 대한 정보를 전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 시는 구체적인 사례를 서사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일제의 억압과 착취에 의한 농촌의 피폐화와 그에 따른 농민의 유이민(流移民) 현상을 생생하게 고발하고 있다. 1연과 2연에서는 현재 흉가로 불리는 털보네 낡은 집을 제시하고, 3, 4연에서는 털보네 셋째 아들의 탄생을 둘러싼 근심어린 분위기를 다루고 있다. 5연은 털보네의 극빈한 삶을 다루고, 6, 7연은 털보네 가족의 이향(離鄕)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8연에서는 황폐한 낡은 집의 현재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시에서 고향을 버리고 만주와 시베리아 등지로 떠나는 털보네의 고난사는 한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제 치하에서 고통당하는 우리 민족의 문제이다. 따라서 이 시에 등장하는 ‘낡은 집’은 단순한 한 개의 폐가가 아니라, 일제에게 국권을 빼앗긴 우리나라로 치환될 수 있다. 이 작품은 이런 문제의식을 객관적인 현실 묘사를 통해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단편 서사시의 방식을 계승하여 일제 치하에서 고통당하는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삶을 생생하게 형상화하였으며, 이를 통해 리얼리즘 시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