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 16행의 자유시이다. 1923년 2월 동인지 『폐허이후』에 ‘봄날에 가만히 부른 노래’라는 제목 아래 「봄 달잡이」, 「고인 물」, 「흰 구름」, 「혼잣말」, 「노래하고 싶다」, 「그 봄의 부름」과 함께 실린 작품이다. 각 연을 모두 4행으로 통일하여 형식적인 안정감을 보여주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 시는 비오는 밤의 서정을 노래한 시로, 1920년대 초반에 유행하던 퇴폐적이고 우울한 시풍과 달리 구체적이고도 선명한 심상을 사용하여 경쾌하고도 밝은 분위기를 잘 살린 작품으로 주목할 만하다. 밤을 ‘깃을 벌리는 새’에 비유하고, 비 내리는 소리를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에, 비 오는 모습을 “다정한 손님”에 견주는 표현 방식은 시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있다. 이 시의 쾌활하고도 명랑한 분위기는 비를 “남모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존재로 설정함으로써 가능하다. 이것은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는 세계관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시의 가락이 1920년대 초기 다른 시인들의 작품에 비하여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련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시 전체의 가락을 통일적으로 만드는 것은 ‘비가 옵니다’라는 구절의 반복이다. 이 구절을 1연과 2연에서는 한 번 반복하고, 3연과 4연에서는 수미상관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반복하여 가락의 맛을 잘 살리고 있다. 또한 이 구절의 반복은 비가 내리는 심상과 어울려 비 내리는 상황을 재현하는 효과도 지닌다.
이 시가 세련된 형식, 현대적인 감각을 지닌 좋은 작품으로 평가 받는 것은 시인의 탁월한 우리말 구사 능력 덕분이다. 일체의 한자어를 배제하면서, 음감이 부드러운 순수 우리말과 구체적인 정감을 환기하는 어휘를 사용함으로써 당대 시들의 관념성을 극복하고 있다.
이 시는 우리말의 적절한 사용, 심상과 가락의 조화를 통하여 1920년대 시의 관념성과 퇴폐성을 극복하여 현대시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