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경남 합천에서 출생. 3세 때 강원도 금화로 이사했다가 해방을 맞아 서울로 월남하였다. 경기 수원에서 수원북중학교를 거쳐 수원농림고등학교 축산과를 마친 뒤 1956년 고려대 영문과에 입학했으나 가세가 기울어 1958년 학교를 중퇴했다. 61∼64년 강원 전방부대에서의 군복무는 그로 하여금 평생 문학적 화두가 될 ‘인간과 폭력’ 문제를 천착하게 했다.
1964년 등단 이후에는 전업작가의 길을 걸으며 김병익에 의해 ‘소설공장’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다작하다가 2008년 5월 위암으로 작고하였다.
196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빙점시대」가, 『동아일보』 장편모집에 「디데이의 병촌」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1996년 마지막 작품 「그러나」를 발표하기까지 만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중·단편소설 70편, 장편소설 15편, 대하소설 3편을 발표했다.
홍성원은 「빙점시대」, 「디데이의 병촌」(1964)과 같은 이른바 군대소설로 출발하여 작품세계의 폭을 넓혀 온 작가이다. 「주말여행」(1969), 「이인삼각」(1971) 등에서는 피카레스크 수법으로 현대 세계의 풍속적 면모를 날카롭게 추적하고 있으며, 1970년대에는 「무사와 악사」(1976)에서는 수난의 현대사를 살아온 지식인들의 고뇌를 다루기도 했다.
그의 문학적 성과로 주목되는 것은 한국전쟁의 의미와 전쟁이 남긴 부정적 유산과 상처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남과 북」(1977)이다. 그는 1970년부터 5년간 『세대』지에 원고지 1만 매에 육박하는 이 작품(연재 당시 제목은 「육이오」)을 연재하며 대형 작가로 거듭난다. 이 작품에서 홍성원은 인간을 비인간화시키는 전쟁의 냉혹성과 그 이념의 허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흔들리는 땅」(1978)은 뿌리 뽑힌 사람들의 비참한 현실을 그린 작품으로,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연작과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연작의 선구에 해당하는 소설사적 의미를 지닌다.
「달과 칼」, 「먼동」으로 대표되는 역사소설은 각각 중기 이후 홍성원 문학의 주요 갈래를 이룬다. 평론가 김치수는 “홍성원의 다양한 문학세계는 굵직한 성격 창조, 대담한 생략, 간명히 핵심을 보여주는 문체 등을 통한 ‘남성문학’ 추구로 수렴된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그의 작품으로는 「고독에의 초대」(1967), 「폭군」(1969), 「이인삼각」(1971), 「흔들리는 땅」(1978), 「광대의 꿈」(1978), 「꿈꾸는 대합실」(1980), 「마지막 우상」(1985)「먼동」(1991) 등이 있고, 작품집으로 『무서운 아이』(1976), 『폭군』(1984), 『투명한 얼굴들』(1994), 『남도기행』(199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