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은 그의 소설 중에서 드물게 사실주의적 이야기 구성을 취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특이하게 작품 연재 1회와 4회째 각각 하나씩의 서문이 붙어 있다. 첫 번째 서문은 ‘불행한 운명’은 어떤 방식으로도 초극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이 소설의 창작의도이자 내용으로 볼 수 있고, 서문 2는 이 소설이 실망 가운데 있는 자신이 죽음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쓴 ‘무서운 기록’임을 밝혔다.
1930년 2월부터 12월까지『조선』에 실렸다. 이 작품은 적빈으로 인해 고향과 집을 등지고 이국으로 떠난 주인공이 10여 년 후 얼마간의 재산을 모아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고향에서의 사업과 집이 다시 잿더미로 변하고 마는 비극적 운명을 다루고 있다.
‘12월 12일’은 주인공이 현해탄을 넘어 이국의 탐험을 시작하는 날이자, 10여년의 이국생활을 마감하고 귀국하는 날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적빈에서 벗어나 유산자의 신분으로 재생의지를 불태우면서 고향에서 잃어버렸던 것을 복원하고자 하지만 결국 그 꿈이 산산조각나고 구제받지 못한 한 인간의 정신적 패배를 기록한 날이기도 하다. 따라서 ‘12월 12일’의 표층적 의미는 바로 인생에 대한 절규이며 원점으로 회귀하는 숙명적인 아이러니 그 자체이다.
이상이 20세 때 쓴 처녀작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공포와 불안의 영원한 도주를 멈출 수 없는 추방된 자의 불행한 운명에 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