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신경 출생으로, 호는 현봉(玄峰)이다. 함경도가 고향인 부친이 만주로 이민을 가서 신경에서 출생하였고, 일제가 패망하면서 광복이 되어 서울로 귀국하였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서 대구와 부산에서 피난생활을 하였다. 휴전 후, 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으로 유학하여 박사과정을 이수하였다.
1974년 『시문학』에 「눈 내린 날」, 「세인트루이스」외 2편이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으며 『시정신』 동인으로 활동하였고, 20여년 걸쳐 9권의 시집을 출간하였는데 첫 시집 『달』(1975)을 비롯하여 『귀향』(1975), 『목단강』(1977), 『이 드넓은 산하』(1978), 『조용히 떠오른 해는』(1982), 『스쳐가는 이 들판도』(1989), 『환한 세상』(1999) 등의 시집을 간행했다. 그는 3대에 걸친 유랑생활을 한 가족사적인 환경에서 비로소 “만주에서 미국까지의 거리, 분단조국, 하숙방에 홀로 남은 고단한 유학생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의미를 더해가는 듯한 기억들”이라며 시를 써온 여정을 밝혔다. 식민지와 전쟁을 겪으며 실존을 규명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존에 대한 질문으로 구체화되면서 시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첫 시집 『달』은 미국유학 시절의 외로움과 뿌리 뽑힌 삶의 상실과 불안을 다루었다면 『귀향』은 불안정서는 사라지고 고향의 푸른 들과 산을 통해 안정감을 묘사하였다. 한국전쟁을 다루는 작품에서는 북쪽과 만주와의 단절감을 애통하게 그리고 있다. 관념을 표면에 드러내는 방식이 아니기에 풍경화처럼 사물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대상물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걸어온 이 길에서」에서 알 수 있듯이 내면의식에서 상처가 된 분단조국은 상실감으로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분단과 실향의 상처는 종교적인 천착으로 이어져 「풀밭」, 「해바라기」 등의 작품을 쓰면서 희망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종교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시쓰기 방식을 통해 긍정적인 세계관을 확보했다. 「잎 많은 은행나무엔」, 「그래도 시간은」, 「청산」 등의 후기시에서는 불안의식이 일상성 속에서 안정감을 찾아가는 경향을 보이면서 시적 치열함도 담담한 어조로 변화하게 된다.
시인은 한국현대사의 굴곡을 유년, 소년, 청년의 시간 동안 고스란히 경험하였다. 일제식민지에서 비롯한 만주로의 이민,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과 피난, 미국생활, 남북 분단에서 빚어진 이산가족의 체험이 그의 시 전반에 고루 나타난다. 그의 시는 우리 현대사의 전개과정에서 개인이 겪은 참혹한 드라마를 보여준다.
1972년 한국문학번역문학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