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1974년 8월 『한국문학』에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나는 기지촌 양색시인 담비 킴을 찾아 용주골로 길을 나서는 중이다. 담비 킴의 본래 이름은 은주로 그녀는 돈놀이하는 아내의 돈을 떼먹고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 버린 것이다. 양색시들이 즐비한 용주골에서 담비 킴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아내가 전해준 약도를 보며 걷던 나는 구멍가게에 들어간다.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오십대의 주인은 은주가 사는 동네를 안면몰수, 예의 사절, 악발 교육이 판치는 말세가 도래한 동네로 설명한다.
구멍가게 주인이 말해준 방향으로 걷던 나는 솔밭길을 벗어나 어느 마을 어귀에 도착한다. 그 어귀에는 천을 목 뒤에서부터 엉덩이까지 길게 휘감은 한 노파가 있었다. 손주년을 찾는다는 내용의 천을 휘감은 노파는 나를 간절히 쳐다봤지만 나는 아내가 그려준 약도를 보며 걸음을 재촉한다. 드디어 약도의 집에 도착한 나는 담비 킴을 기다린다. 나의 방문에 당황한 담비 킴, 즉 은주는 나를 유혹하기도 하지만 나는 돈을 포기하고 은주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의 제의를 은주는 거부하고 방을 나가 빗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은주를 뒤쫓던 중 나는 어제 보았던 노파가 길가에 엎드린 채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나는 그 노파를 땅에 묻으면서 은주에게 또다시 용주골을 떠나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나는 은주에게 방을 계약할 얼마간의 돈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 때 어마어마한 덩치의 수캐와 볼품없는 체구의 암캐 황구를 보게 된다. 재래종인 황구는 수캐의 폭력 앞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던 은주는 용주골을 떠나겠다고 외친다.
이 작품은 1970년대 세태를 밑그림으로 하여, 소시민의 연민어린 시선으로 양색시의 삶의 단면을 눈물겹게 묘사하면서 이 땅에 드리운 외세의 그림자와 1970년대 경제성장의 허상을 고발한 단편이다.
외세의 부정적인 측면을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모티프를 사용하여, 훼손당한 한민족의 고유한 가치를 다시 찾으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