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1964년 7월부터 1965년 8월까지 『세대』에 연재한 장편소설이다.
「소시민」에는 1951년 피난지 부산 완월동 제면소를 배경으로 다채로운 인간군상들의 부침이 서술되고 있다. 한 때 좌익운동에 참여했으나 목을 매고 자살하는 강영감, 과거 남로당에 가입했으나 지금은 제면소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정씨, 난리통에 미군 상대 댄서로 전락한 천안 색시, 원조 밀가루로 국수를 만들어 파는 제면소의 주인과 주인 마누라, 그리고 북에서 월남해 현재 제면소에 머무르는 이 소설의 서술자 ‘나’ 등 피난지에서 부침을 거듭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하고 있다. 제면소의 주인 내외와 여기를 출입하는 피난민들을 통칭해 소시민으로 호명하는 이 소설은 고향상실과 분단의 형성, 가족제도의 파괴, 인간들의 불신과 극도의 이기주의 등 한국전쟁을 계기로 분출된 우리 사회의 혼란을 주요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 소설의 서술자인 ‘나’는 군입대 이전까지 제면소를 중심으로 벌어진 주인내외, 강영감, 정씨, 천안 색시 등 소시민들의 속물적 근성과 타락 양상 그리고 각 인물들의 변화 과정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 소설을 전개하고 있다.
이 소설은 한 시대의 정신적 징후를 지칭하는 명칭으로서 ‘소시민’이라는 용어를 유행시켰으며, 작가는 개체화된 인간들이 하나의 공간, 하나의 상황 속에 얽혀 들어가는 현실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형상화하는 리얼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