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가족」은 1979년 『한국문학』에 발표된 중편소설이다.
화자인 ‘나’의 어머니는 한국전쟁 때 남편 최창배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던 중에 미군에게 강간당해 백치인 ‘아베’를 낳았다. 이 아베는 지능이 채 20도 되지 않는 극단적인 지적장애인이다. 26세가 되어도 말할 수 있는 단어는 ‘아베’밖에 없으며, 대소변도 가리지 못한다. 그러나 성욕만은 강하여 ‘여자만 보면 그것이 어머니고 누이동생이고를 막론하고 달라붙어 사타구니를 비벼대는’ 인물이다. 이러한 ‘아베’로 상징되는 전쟁의 상처를 못 이겨 가족들은 아베를 버리고 미국으로 이민가지만, 고국에 두고 온 아베를 잊을 수 없다. 어느 날 누이가 성폭행을 당하자, 가족들은 어머니가 가진 그늘의 뿌리인 ‘아베’라는 존재를 벗어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나’는 의붓형 아베를 찾아 한국으로 온다. 제1부는 전쟁을 체험하지 않은 세대인 서술자 ‘나’(김진호)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고, 제2부는 어머니의 수기 형식으로 한국전쟁 직후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으며, 제3부는 ‘나’가 이복형 ‘아베’를 찾아나서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은 1979년 한국문학작가상과 1980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작으로 1980년에 간행된 작품집 『아베의 가족』의 표제작이다. ‘아베’라는 한국전쟁의 상처를 상징하는 아베라는 인물을 통해 전쟁으로 첨예화되었던 분단의 모순을 보여준다. 작가는 분단으로 인한 질곡상태의 해소방안으로 ‘이민’이라는 부정적 방안과 ‘아베찾기’라는 긍정적 방안을 동시에 제시하면서 분단의 상처는 망각으로 치유되지 않는다는 점, 그 원상을 이해하고 내면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작품은 ‘아베’라는 상징을 통해 이 같은 주제를 효과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분단소설의 새 영역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