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흘림은 민흘림과 함께 흘림기둥의 한 종류이다. 기둥의 입면 형태에 따른 것으로 흘림이 없는 기둥은 상하 직경이 같다. 흘림없는 기둥은 살림집이나 부속채 등 작은 건물에 사용하고 규모가 크거나 궁궐 및 사찰과 같은 권위건축에서는 보통 흘림기둥을 사용한다. 기둥 상부직경보다 하부직경을 크게 하여 사선으로 체감을 한 기둥을 민흘림기둥이라고 한다. 민흘림은 단면이 방형인 기둥에서 많이 사용하며 고구려쌍영총 전실의 팔각기둥과 통일신라시대 경북 의성의 탑리 5층석탑 일층탑신에서 그 사례를 볼 수 있다.
배흘림은 중간정도가 가장 직경이 크고 위와 아래로 갈수록 직경을 점차 줄여 만든 기둥으로 곡선의 체감을 갖는다. 배흘림은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신전에서도 나타나는 오랜 역사가 있는 건축기법으로 엔타시스(entasis)라고 하며, 다만 최대 직경의 위치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대략 지면에서 3분의 1지점이 가장 굵은 것이 보통이다. 시대에 따라서도 배흘림의 정도 차이가 있으며 건물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현존하는 건물로 보면 조선시대 보다는 고려시대 건물이 흘림이 강하며 특히 그 중에서도 강릉의 임영관 삼문이 가장 두드러진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건축도에서도 배흘림기둥이 묘사되어 있음을 볼 때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으며, 조선시대 말까지 이어진다. 현존하는 건물 중에서 고려시대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수덕사 대웅전, 강릉객사문 등과 조선시대 대부분의 정전건물에서 나타나며 팔작지붕보다는 맞배집에서 흘림이 강하다. 통일신라시대 목조건물은 남아있지 않지만, 858년에 세워진 쌍봉사 철감선사부도에서 강한 배흘림기둥의 모습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