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를 베면 마른 논에 널어 며칠 말린 다음 묶어서 논두렁에 세우거나 가지런히 쌓아놓고 좀 더 말리게 된다. 이때 여러 사람이 논에서 논두렁으로 볏단을 옮기면, 한 사람이 볏단을 받아 논두렁에 세우거나 쌓으면서 볏단의 숫자를 센다. 이는 그 논에서 나는 벼의 수확량을 가늠하기 위한 것이다.
볏단을 셀 때 단순하게 숫자를 열거하지 않고 일정한 곡조를 넣으면 하나의 노래가 되는데, 이럴 때도 그 지역 고유의 음계와 시김새가 들어간다. 숫자를 셀 때 단순히 숫자를 나열하지 않고 숫자와 관련된 말을 늘어놓는 방법으로 변화를 준다.
단순한 형태의 볏단세는소리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스무 단을 한 광이라 한다.
하낙이로구나 둘이로구나
스에는 가서 느에는 가서
다섯에는 가서 여섯이로구나
(중략)
열루 다섯에는 열루 여섯에는
열루 일곱에는 열루 여듧에는
열루 아홉에는 가 시물이로구나
한 광이다!
(1995 /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도화리 / 최상수)
숫자세기를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 숫자와 관련된 이런저런 단어를 주워 섬기는 방식의 노랫말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초두는 백년이요
둘째는 십년이요
삼하 영각하니
광주는 너다리요
피양은 오성이요
남도 육성하니
북두 칠성이요
조선은 팔도요
영동은 구읍이요
십에 제일하니
(1995 /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임천리 / 손준호)
볏단 세는 일은 매우 단순한 일이어서 볏단세는소리의 사례는 별로 많지 않다. 강원도 영동지방에서 몇 곡의 볏단세는소리가 채록되었을 뿐이다.
볏단세는소리는 곡조를 넣어서 숫자를 세는 유형의 민요로서, 문학적으로는 별 내용이 없지만 음악적으로는 그 지역의 기본적인 음계와 시김새를 알 수 있는 자료로서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