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유왕산놀이는 백제의 멸망과 관련 있는 놀이로서, 매년 음력 8월 17일에 부녀자들 중심으로 떡과 밥을 가지고 산에 올라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놀이이다.
백제가 660년 멸망한 후 의자왕(義慈王, 641∼660)을 비롯하여 왕자·신하·백성 등 1만여 명이 당나라로 압송되기에 이른다. 이 때가 음력 8월 17일로 남은 백제 유민들은 유왕산에 올라 멀리 떠나가는 배를 바라보았다고 한다. 이에 다시 돌아오기를 기약하는 뜻에서 8월 17일이 되면, 유왕산에 모인 것이 이 놀이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유왕산’이라는 산명의 유래도 타국으로 떠나는 왕이 좀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이후에는 백제 유민이 아니라, 백리(百里) 이내에 흩어져 살던 부녀자들이 유왕산에 모여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하루를 즐겁게 지내는 놀이로 변모해간 것으로 보인다. 이 놀이는 오전에 만나고 오후에 헤어지기 때문에 반나절을 뜻하는 의미에서 ‘반보기’라고도 불렸다. 유왕산에 모인 부녀자들은 “이별 별자 설어 마소 만날 봉자 또 다시 있네. 명년 8월 17일에 악수논정 다시 하세”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놀이는 1950년 한국전쟁으로 중단되었다가, 1997년에 복원과 고증을 거쳐 재현되었다. 현재 부여유왕산놀이는 부여군에서 비정기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고, 유왕산추모제는 매년 지원이 이루어지는 실정이다.
부여유왕산놀이는 유왕산을 중심으로 백제유민들의 역사적 아픔을 담고 있는 귀중한 놀이이다. 이 놀이는 바다가 보이는 유왕산에서 임금과 가족을 잃은 백제유민들의 한과 설움이 오늘날 재해석되어 재현되고 제의나 놀이로 승화된 측면에서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