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표고사는 매년 말이나 소의 안녕을 빌며 주인을 표시하기 위해 한쪽 귀를 자르고 이를 제물로 삼아 지내던 목축의례이다. 또한 마소의 주인을 표시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우마를 방목하기 위한 예비절차로서, 주변의 곡식밭 주인들에게 방목하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경계의 의미도 지닌다.
대개 한 살배기 송아지가 되면, 귀피왓[耳標田]이라는 장소에서 햅쌀로 만든 산듸돌래나 좁쌀로 만든 조오매기 등의 떡으로 제물을 차려 고사를 지낸다. 마소를 기르는 테우리들은 메밥과 기타 제물을 차려가기도 한다.
서귀포시 중문마을의 경우, 귀표를 한다는 의미는 금승(今生: 한 살배기) 송아지의 귀 한쪽을 도려내고 낙인(烙印)을 새기는 것이다. 이때 잘라낸 송아지 귀의 한 부분은 구워서 고사상에 제물로 올린다. 낙인은 일정한 기호나 문자가 새겨진 쇳조각을 불에 달궈 등이나 엉덩이에 새긴다. 이 낙인의 모양은 집안이나 마을마다 달랐으며, 예전에는 부득이하게 새 낙인으로 바꿔야 할 경우 장인(匠人)에게 무명 한 필을 주거나 관가에 원문을 보내 청원한 뒤 승낙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서는 낵인ᄏᆞᄉᆞ, 또는 귀페ᄏᆞᄉᆞ라 해서 음력 3월 풀이 나오면 이를 행한다. 송당에서는 ‘凡·巳·ᄀᆞ·ᄃᆞ·니·ㄱ’ 등의 낙인이 있는데, 집안마다 글자나 표시 위치가 달랐다고 한다. 고씨 집안에서는 ‘凡’, 홍씨 집안에서는 ‘巳’, 광산 김씨는 ‘ᄃᆞ’자를 새겼다고 한다. 이곳에서 귀표와 낙인을 하려면 먼저 마소의 안녕을 비는 고사를 지냈는데, 떡이나 과일·채소·고소리술 등을 제물로 삼아 마소 주인만 절을 하는 형식으로 지냈다.
우마를 방목하기 전에 행해지던 귀표고사는 케매기와도 관련 있다. 흔히 귀표고사를 끝내면, 마소가 남의 곡식을 먹어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사실 목산전 지대의 농경지에서는 조직체를 결성하여 관리하였다. 제주도 방언인 ‘케’는 일정구역의 들판이나 농경지를 뜻하고, ‘매기’는 맺기[結]를 뜻한다. 이 케들마다 문서 책임자를 ‘서세’라 하고, 수시로 농경지를 돌아보며 관리하는 사람을 ‘켓집(켓주부)’이라 해서 성원들은 이들에게 쌀을 모아주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