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서 의식을 행할 때 도량장엄용으로 조성된 나무대성인로왕보살번(南無大聖引路王菩薩幡)으로, 용주사 효행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인로왕보살은 죽은 자의 영혼을 맞이하여 극락 세계로 인도하는 보살로서, 사찰에서 망자의 영혼을 천도하는 우란분재(盂蘭盆齋)나 49재 때 '나무대성인로왕보살'이라고 쓴 번을 도량에 설치하여 망자들을 극락정토로 인도한다.
번의 형태는 삼각형의 번두와 번신, 번미, 번수가 모두 갖춰져 있다. 번두는 나무틀 위에 검은색 천을 씌웠는데, 중앙과 좌우에 오족룡문(五足龍文)과 운문(雲文), 파도문, 박쥐문 등이 섬세하게 수놓아져 있으며, 중앙에 다라니 주머니는 남아있지 않지만 그것을 묶었던 끈이 길게 늘어져 있다. 번신은 장방형으로 좌우에는 붉은 비단으로 된 번수가 달려있으며, 번수 위에는 번수와 나란히 두개의 매듭이 드리워져 있다. 운문과 칠보문이 가득한 황색 비단의 번신에는 황색으로 나무대성인로왕보살이라는 글씨가 수놓아져 있는데, 여기에 보이는 나선형의 운문은 15세기 염직물이나 도자기 등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조선 후기까지 유행하였던 문양이다. 번미(幡尾)에는 청색 바탕에 연꽃이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다.
이 번은 망자의 영혼을 천도하는 의식에서 사용하던 인로왕보살번으로, 형태와 세부 문양, 기법 등에서 최고의 기법을 보여준다. 특히 번두의 오족룡문이나 번신의 운문 등은 왕실과 직접 관련된 문양으로, 이 번은 1790년(정조 14) 용주사가 창건되었을 때 왕실에서 하사한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조선 후기 직물사에서도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