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가 긴 형태의 화면에는 중앙에 좌안7분면의 조사와 그 좌우에 각각 좌안7분면과 우안7분면으로 묘사된 세 분의 조사를 한 화면에 그려 넣었다.
화기(畵記)에 따르면, 가야산 해인사에서 조성하여 해행당(解行堂)에 봉안되었던 진영으로, 해인사 성보박물관에 수장되어 있다. 가로가 긴 화면에 해인사의 개산조(開山祖)인 순응(順應)과 이정(利貞), 그리고 중창조인 희랑(希朗) 조사(祖師)로 추정되는 삼조사(三祖師)를 그렸다. 이들 삼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없으나 좌우로 마주보고 자리하고 있는 두 인물상은 순응 조사와 이정 조사이고, 중앙에 그려진 인물은 가슴 부분에 구멍 뚫린 흔적이 표현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희랑 조사로 추정된다.
순응 조사와 이정 조사는 신라 후기 스님들로, 애장왕(哀莊王, 800∼808) 때 함께 법을 구하러 당나라에 갔다가 양나라 때 죽은 보지공(寶誌公)의 『답산기(踏山記)』를 가지고 돌아왔다. 돌아온 이후 이들은 해인사를 지으려 할 당시, 애장왕 왕후의 등병을 고쳐주게 되어 애장왕은 이들의 계획을 도와주었다. 그 뒤 해인사에서 후학을 지도하다 순응이 먼저 입적하고 이정이 뒤를 이었다고 한다.
희랑은 신라 말, 고려 초의 스님으로, 신라 헌강왕(憲康王, 875∼885) 때 해인사에 있으면서 신라 최고의 문장가인 최치원과 시문을 통하여 서로 사귀었고,『화엄경(華嚴經)』에 정통하여 명성이 높았다고 한다. 고려태조의 귀의를 받아 복전(福田)이 되었고, 후백제 견헌 또한 귀의했으며, 화엄에 밝던 관혜(觀惠)의 남악(현재 지리산 화엄사)에 대비되는 북악(현재 소백산 부석사) 일파를 형성했다. 해인사에는 희랑 조사를 조각한건칠희랑대사좌상이 2020년 국보로 지정되어 전해온다.
가로로 긴 화면은 상단과 하단에 폭 94.8㎝, 51.0㎝의 크기의 면을 이어붙여 그 위에 삼조사를 그려넣었다. 화면은 부분적으로 얼룩이 있으나, 전체적인 보존 상태는 아주 양호한 편이다.
삼조사는 나한도나 산신 및 독성도와 동일한 배경으로, 심산 유곡의 바위 위에 걸터앉은 모습이다. 중앙의 희랑 조사로 추정되는 인물을 제외한 두 조사는 좌우로 서로 마주하여 자리하고 있다. 두 조사는 좌우만 바뀌었을 뿐 자세를 비롯하여 얼굴 표정, 착용한 의습과 무늬, 지물, 배경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칭을 이루며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그 주위로 손에 공양물을 받쳐 든 천동과 천녀 등 네 명이 대칭으로 배치되었으나 화면에 변화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은 배경으로 처리된 암반과 산 언덕 및 폭포와 소나무도 형태만 약간 다를 뿐, 거의 모양이 같아 전반적으로 화격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얼굴은 좌우 인물보다 중앙의 인물을 붉게 표현하였고 음영은 약하며 육신부의 윤곽선은 갈색으로, 의문선 등은 담묵선으로 처리하였다. 사용한 채색은 적색과 녹색 위주이나, 부분적으로 보라색에 가까운 색채를 사용하여 전체적으로 탁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세 분의 조사를 한 화면에 배치한 것은 나한도에서 간혹 간취되는 형식이며, 각 조사상의 표현에서는 진영도 형식을 따르고 있고, 천동과 천녀 및 소나무와 계곡 등의 심산 유곡의 묘사에서는 산신도의 형식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조사도는 조선 후기 탱화들의 구도적인 특징인 대칭적인 구도를 따르고 있는 19세기 말의 도식화된 형식과 함께 자연스럽지 못한 채색으로 인해 예술적 가치로는 조금 떨어지는 탱화이기도 하다.
그림 하단에 마련된 적색 바탕 화기란에는 ‘광서십팔년(光緖十八年)’으로 시작되는 화기를 묵서로 적어두고 있는데, 이를 통해 1892년(고종 29) 우송상수(友松爽洙)에 의해 주도되고 두명(斗明)이 출초(出草)하여 조성되었으며 해인사 해행당(解行堂)에 봉안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진영의 뒷면에는 붉은 글씨로 쓴 보협인다라니 범자 진언과 함께 중앙에 가로 약 33.0㎝, 세로 33.6㎝ 크기의 장방형의 복장부가 마련되어 있다.
해인사의 삼조사도는 채색 및 구도, 배경 표현 등에서 자연미가 떨어지는 등 조선 말기인 19세기 말의 전형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특히 해인사의 창건과 중흥에 관련된 세 인물을 한 화면 속에 함께 그려 넣은 우송상수의 독특한 개성이 돋보이는 진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