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금정사 산신탱은 비단 위에 채색화로 판넬 형식으로 제작되었다. 화면 상 · 하단에는 갈색 바탕에 먹으로 인당초문을 그린 장황을 표현하였고, 붉은색 테두리로 화면을 마련하였다. 화면 중심에는 산신과 호랑이가 크게 배치되어 화면의 주제를 이끌고 있다. 산신의 오른쪽 어깨 편 위로 위치하고, 화제란(畵題欄)에는 묵서로 ‘남무산왕보살(南無山王菩薩)’이라 적혀 있어 이름이 불화계통의 산신도임을 알 수 있다. 2010년 10월 7일에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고, 금정사에서 관리해오고 있다.
산신탱의 전체적인 구도는 기암괴석과 폭포가 있는 심산(深山)에 호랑이와 지팡이를 들고 반가부좌의 자세로 바위 위에 걸터앉은 산신이 화면 가득하게 배치되었다. 그 뒤편으로 두 동자와 푸른 소나무와 구름이 그려져 천공을 그려 공간을 표현했다.
백발의 산신은 흰 수염을 늘어뜨리고 향 좌측 편으로 시선을 두고 약간 틀어 앉아 반가좌의 자세를 하고 있으며, 왼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오른손은 산신 쪽으로 고개를 돌린 호랑이의 앞니 두 개를 태연한 표정으로 잡고 있다. 호랑이는 부릅뜬 큰 눈과 날카로운 이빨이 강조되었고, 앞 다리를 쭉 뻗어 당당하게 서있으며, 자세에 S자 형태로 치켜든 꼬리 등에서 기운 가득한 호랑이의 기세를 볼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산신은 호랑이의 이빨을 가볍게 쥐고 간단하게 이를 제압하여 그의 위세를 적절히 잘 표현하였다. 그리고 산신의 오른편 뒤쪽으로 공양물을 받쳐 든 천동자 · 천동녀가 묘사되었으며, 등 뒤편으로는 바위틈에서 뻗어 올라간 소나무와 그 위에 걸쳐진 구름이 표현되었다.
설채(設彩)는 전체적으로 적색과 녹색을 위주로 하여 황토색과 백색 등으로 채색하였다. 붉은 장삼을 입은 산신의 의습선(衣褶線)은 중묵의 가는 붉은 선과 가는 이중의 흰색 선으로 나타내었고, 옷의 끝단은 군청색 바탕 위에 도안화된 화문을 황색으로 큼직하게 배치하였다. 호랑이의 몸통과 다리는 황토색으로 바탕을 칠하고 머리와 가슴 등은 흰색으로 채색한 후 먹으로 농담을 주어 짧고 가는 털과 호랑이 무늬를 표현하였다. 화면 우측의 배경에는 소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한 그루는 흰색, 다른 하나는 암갈색으로 어둡게 처리하여 음양의 조화를 잘 이루며 대부벽준(大斧劈皴)과 소부벽준(小斧劈皴)이 잘 어우러져 절파화풍이 엿보인다.
본 작품은 화기란이 없어 제작 시기를 알 수 없으나 18세기 작품으로 추정하는 경상북도 은해사 소장 산신도와 비슷하다. 호랑이와 그 위에 걸터앉은 산신, 그리고 동자와 소나무의 소재는 초기의 산신도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이고, 섬세하게 그려진 필법은 정교하고 복잡한 불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 짐작된다. 게다가 인물이 길고 늘씬하며, 호랑이의 해학적 모습과 길게 휘감아 뻗은 꼬리 묘사, 화면 하단의 폭포, 청록색의 바위와 태점의 사용 등 민화적인 요소도 많이 반영되었다.
하동 금정사 산신탱의 주제는 호랑이를 타고 앉은 산신으로 초기 산신도의 주제와 비슷하여 18세기 초를 전후하여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두려움의 대상인 호랑이를 편안하고 포용적 자세로 그려내어 산신의 성격을 잘 드러내었으며, 다양한 필선으로 산신과 호랑이를 묘사하고, 산수를 배경으로 한 표현에서도 18세기 회화의 경향을 잘 반영하였다. 따라서 이 산신도는 조선 후기 산신도 중에서도 비교적 이른 시기의 작품으로 생각되며, 민화적 요소가 적절히 가미되어 시기적인 특징들도 잘 반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