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인간의 질병을 세포 차원에서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줄기세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나뉜다. 배아줄기세포는 원리적으로 모든 조직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폭넓은 활용이 기대되지만 분화 과정에 대한 통제가 쉽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한, 인간배아를 조작하는 까닭에 생명윤리 문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반면에, 성체줄기세포는 분화의 영역은 제한적이지만 분화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까닭에 현재 임상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생명윤리에 대한 논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줄기세포라는 용어를 처음 제안한 것은 1908년 러시아 생물학자 막시모프(Alexander Maksimov)였다. 그러나 줄기세포의 존재가 처음으로 확립된 것은 1961년으로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맥컬럭(Ernest McCulloch)과 틸(James Till)이 쥐의 골수에서 자가 증식하는 세포를 발견했다. 1978년에는 인간 제대혈에서 혈액 줄기세포가 발견되었다.
1981년에 에반스(Matin Evans)와 카프먼(Matthew Kaufman)은 배반포 단계 쥐의 배아에 형성되는 내부 세포덩어리로부터 만능세포를 발견하고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s)라는 이름을 붙였다. 1998년에 미국의 생물학자 톰슨(James Thomson)은 최초로 잉여배아를 이용하여 인간의 배아줄기세포를 분리하여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배아는 배반포 단계에서 내부 세포덩어리를 형성하는데, 이 내부 세포덩어리를 분리해서 적절한 환경에서 잘 배양하면 죽지 않고 분열을 계속 해나간다. 그리고 면역계를 없앤 생쥐에 이 세포덩어리를 넣어주면 세포는 빠르게 피부, 근육, 뼈 등 다양한 인체 조직으로 이루어진 암과 비슷한 형태를 띠게 된다.
1998년에 미국의 톰슨은 실험을 통해 수정란 못지않게 강력한 배아줄기세포가 발생 과정에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는 잘 통제해주기만 한다면 배아줄기세포가 무한히 분열을 거듭하는 동시에 모든 조직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배아줄기세포가 특정한 조직으로 분화하는 메커니즘을 알아내고, 그런 조직으로 분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 세포 치료의 신기원을 열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성체줄기세포의 존재는 배아줄기세포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골수세포가 대표적 사례인데, 골수세포는 계속해서 백혈구와 적혈구 같은 혈구세포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성체줄기세포도 필요하면 다른 조직의 줄기세포로 분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료적 활용도가 크게 높아졌다.
2004∼2005년에 우리나라는 줄기세포로 인하여 큰 홍역을 치렀다.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였던 황우석 박사가 세계 최초로 ‘인간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확립했다는 논문을 세계적인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실었는데, 그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줄기세포의 존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황우석 박사의 과학사기가 가장 크게 작용했지만 줄기세포 산업을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성급한 정부 정책도 한몫하고 있었다.
체세포복제를 통한 인간배아복제가 시도되는 이유는 면역거부반응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 원리는 복제양 돌리에 적용했던 핵 이식에 의한 체세포복제의 원리와 동일한 것이다. 복제양 돌리와 다른 점은 인간배아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과 개체 복제가 아니라 치료 목적에 복제 기술을 이용하려 했다는 점이다.
소위 ‘황우석 사건’ 이후 국내의 배아줄기세포 관련 연구는 한동안 침체기를 겪다가 최근에 다시 연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2013년에 미국 오리건대학의 미탈리포프(Shoukrat Mitalipov) 연구팀은 황우석 박사가 했던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줄기세포를 확립하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팀에는 한국인 연구자들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4월에 성인 체세포를 이용한 인간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확립하였다.
줄기세포 연구 분야는 난치병과 불치병을 세포 차원에서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가 크게 기대되는 분야이다. 그러나 인간배아를 조작의 대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배아의 지위를 둘러싼 논쟁 등 생명윤리가 불거지는 것도 당연하다. 질병 치료라는 인도주의를 실현하면서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를 막을 수 있는 줄기세포 연구와 활용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