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경상남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면 바탕에 채색. 세로 93㎝, 가로 81㎝. 서운암 신중도는 화면의 중간 부분에 명왕부 대예적금강을 크게 그리고 그 좌우에 천동을 거느린 제석천과 범천 등 천부가 협시하는 형식이다. 아래에는 금강신의 권속인 무장한 신장 4위를 배치하였다. 화면 하단의 묵서 기록을 통해 남해 용문사에서 대공덕주 호은문성이 대시주자로 1895년 부터 사찰을 복원 중흥하였으며, 1897년 후불탱을 조성하여 벽송사 법당에 이안되었다는 사실과 제작자는 연호봉의(蓮湖奉宜)이고 출초에는 성일(性日)이 참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선 후기에 크게 유행하여 조성된 신중도(神衆圖)는 불법을 수호하는 신(神)들을 그린 그림으로 사찰의 대웅전이나 극락전을 비롯한 모든 불전(佛殿)에 반드시 봉안되는 필수적인 불화이다. 사찰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마주치는 것이 사천왕상 또는 인왕상과 같은 무서운 조각상들이다. 부처의 정법(正法)을 수호하는 이러한 신들을 총칭하여 신중(神衆)이라 부른다. 신중은 원래 고대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로서, 부처의 설법을 듣고 감화하여 호법선신(護法善神)이 되었다. 이들은 부처가 설법할 때 여러 성중들과 함께 나타나 불법을 찬양하고 불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면서 일찍부터 불경(佛經)에 등장하였다. 우리나라에는 불교의 수용과 함께 신중신앙이 전래되었으며, 여러 신중 가운데 범천, 제석천, 인왕, 사천왕, 팔부중, 십이지신 등이 널리 신앙되어 조각과 회화 등으로 조성되었다.
조선 후기 신중도에 그려지는 호법선신의 성격은 위계(位階)가 같은 신들의 모임, 즉 천부(天部)와 천룡부(天龍部), 명왕부(明王部)의 3요소로 구성되며, 형식은 제석도(帝釋圖), 천룡도(天龍圖), 제석 · 천룡도, 제석 · 범천 · 천룡도, 제석 · 범천 · 마혜수라천 · 천룡도, 39위 신중도, 104위 신중도, 금강도(金剛圖) 등 매우 다양하다.
서운암 보광전에 봉안되어 있는 신중도는 제석 · 범천 및 명왕부(明王部)에 속하는 대예적금강(大穢跡金剛)과 무장한 모습의 신장을 한 폭에 함께 그린 것이다. 명왕부는 화면의 중심에 등장하는 예적금강이 밀교적인 존상임과 동시에 명왕(明王)의 일존(一尊)이므로 붙여진 것이다. 화면 위쪽에 다면다비(多面多臂)의 대예적금강을 정중앙에 배치하고 그 좌우에 제석천(帝釋天)과 범천(梵天), 천동(天童)을 배열하고 아래에는 무장한 신장 4위 등 천부중(天部衆)을 배치하여 금강(金剛)이 중심이 된 구도이다.
대예적금강은 일체의 악을 제거하는 위력을 가진 명왕으로, 온몸에서 지혜의 불길을 뿜으므로 화두금강(火頭金剛)이라고도 한다. 청제재금강 · 벽독금강 · 황수구금강 · 백정수금강 · 적성화금강 · 정제재금강 · 자현신금강 · 대신력금강의 팔금강을 거느리고 불법을 호위하며 중생을 교화한다. 형상은 2비상(二臂像), 4비상(四臂像), 6비상(六臂像), 8비상(八臂像) 등이 있는데, 몸에서는 화염이 타오르며 이빨을 드러낸 분노형으로 묘사된다. 서운암 신중도에서 대예적금강은 3면6비로 표현되었으며 손에는 각각 금강저와 수주, 보검 등을 들고 중앙의 두 손은 가슴 앞에서 주먹을 쥐고 모았다.
이 불화는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으면서 안정된 구도를 지니고 있다. 화면에는 위로부터 구름을 배경으로 상하부에 가로로 군상을 배치하였는데, 상단에는 대예적금강 및 제석과 범천, 천동을 배치하고 나머지 아래 공간에는 신장 4위를 배치하여 전체 9위의 존상을 간략하게 표현한 신중도이다. 두드러진 점은 화면의 중심을 이루는 상단 중간 부분에 명왕부의 대예적금강을 주존으로 배치한 것이다. 이는 조선 말기 불교의식에서 19세기 전반부터 신중도에 새로이 등장한 예적금강의 역할과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케 한다.
서운암 신중도는 남해 용문사에서 조성되어 함양 벽송암에 이안된 불화로 채색 및 구도 등에서 자연미가 떨어지는 등 19세기 말의 전형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특히 이 시기 새로이 등장하는 명왕부 예적금강을 중앙에 크게 그려 넣고 천부의 제석천과 범천이 협시한 형식에서 금어 연호봉의의 개성이 돋보이는 신중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