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경기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비단 바탕에 채색. 박정(朴炡)의 자는 대관(大觀), 호는 하석(霞石)이며 본관은 반남이다. 1619년(광해군 11)에 문과에 급제하였다. 1623년(인조 원년) 인조반정에 참여하여 정사공신(靖社功臣) 3등에 녹훈되었다. 1631년 대사간과 대사헌을 거쳐 이조참판에 오른 뒤 홍문관 부제학에 임명되었다.
현재 박정의 초상화는 2점이 전한다. 한 점은 사모에 청색 단령(團領)을 입은 전신의좌상(全身椅坐像)이고, 나머지 한 점은 구름무늬가 들어간 녹색 단령을 입고 의자에 앉은 모습이다. 먼저 청색 단령본은 훼손이 심해 얼굴과 흉배 부분만이 원본에 해당하며, 나머지 부분은 비단을 덧댄 뒤 채색을 다시 입힌 상태이다. 녹색 단령본은 청색 단령본의 얼굴을 참고하여 그린 뒤 단령을 바꾸어 그린 이모본이다.
청색 단령본은 가슴에 정3품의 흉배인 백한흉배(白鷳胸背)를 달았다. 박정은 1623년 정사공신이 될 당시 정3품의 품계였다. 박정 영정은 비단의 상단 일부와 하단이 상당 부분 손실되었다. 다행히 얼굴 부분은 온전하며, 단령 쪽의 떨어져나간 부분은 비단을 이어 붙여 몸체 부분을 그렸으나 전체의 1/3정도만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목구비를 선묘로 그린 다음 엷은 살색을 올렸고, 볼과 콧등 부분에 홍색을 덧칠하여 변화를 주었다. 세부 묘사에 치중하지 않은 채 선묘로만 얼굴의 윤곽과 이목구비의 생김새를 포착해 낸 것이 특징이다.
녹색 단령본은 얼굴의 형태와 화법이 청색 단령본과 매우 흡사하다. 청색 단령본을 모본으로 하여 베껴 그린 이모본으로 추측된다. 녹색 단령본은 청색 단령본 보다 품계가 높은 종2품의 학정금대(鶴頂金帶)를 착용하였다. 의자 뒤편에 표범 가죽을 걸쳤으며, 바닥에는 채전(彩氈)을 그리지 않았다. 또한 단령의 옆트임이 왼편과 오른편에 동시에 보이는 점도 이전 시기와 다른 요소이다. 이러한 특징은 18세기 이후의 관복본 초상화에 나타나는 형식이므로 박정 영정의 이모본을 그린 시기를 18세기 전반기로 추정할 수 있다.
청색 단령본 박정 영정은 후대에 비단을 이어 붙여 그린 것이지만, 얼굴은 원본 일부가 남아 있어 정사공신의 초상화법을 확인할 수 있다. 녹색 단령본은 18세기 전반기에 이모하면서 얼굴은 원본의 것을 이모하되 복식은 18세기 당시 초상화의 형식을 대입하여 그린 사례이다. 이모본 초상화의 다양한 사례를 살피는 데 유용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