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이나 닭 등 날짐승을 삶아 낸 육수를 말하지만, 곡물을 엿기름으로 삭힌 뒤 조려서 꿀처럼 만든 감미료인 조청을 말하기도 한다. 음식의 이름은 주재료나 색깔로 표현되는데, 흑탕은 검은색을 나타내는 음식을 이르는 셈이다.
의관(醫官) 전순의(全循義)가 1450년(세종 32)경에 쓴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산가요록』에는 “꿩 삶은 물이 상급이지만 닭 삶은 물이나 모든 날짐승 삶은 물로 해도 된다”고 하였다. 육수를 내면 국물의 색깔이 검게 나타나서 ‘흑탕’으로 표현한 듯하다.
허준(許浚, 1539∼1615)이 1613년(광해군 5)에 간행한『동의보감』탕약편에는 “이당(飴糖) 흑탕 우운(又云) 거믄 엿”이라 하였고, 1608년(선조 41)에 발행한『언해두창집요』에는 “밀조환은 ᄭᅮᆯ 두서 냥만 달혀 흑탕 ᄀᆞᆮ거든 조각 ᄀᆞᄅᆞ 두 돈을 섯거 큰 대츄ᄡᅵ ᄀᆞ티 비븨여”라고 하였다. 두 책에서는 흑탕을 검은엿이라 하였는데, 오랫동안 고아서 되직한 형태로 만든 조청으로 보인다.
1719년(숙종 45) 9월에 열린 기로연(耆老宴)을 기록한『기해진연의궤』에는 상차림과 음식이 등장하고, 음식마다 재료와 분량이 제시되어 있다. 그 가운데 ‘별행과(別行果)’라는 상에 오른 음식 중에 백세한과(百細漢果)의 재료를 보면, “진말 8승, 백당 1근, 청밀 3승, 흑탕 5합”이라고 하였다. 이밖에도 백미자(白味子), 홍미자(紅味子)에도 흑탕이 쓰였는데, 찹쌀과자를 튀겨 끈끈한 엿을 묻힌 뒤 고물을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