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술래(여우)가 여러 놀이꾼을 잡거나 건드리는 놀이이다. 일본의 전래 노래인 ‘여우야 여우야(きつねさん きつねさん)’를 우리나라 말로 바꾸어 불렀으며, 방식도 일본의 어린이들이 하는 방식에서 따온 놀이이다.
‘술래’라는 말은 순라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는데,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송나라 사신의 객사를 지키기 위한 경비를 맡는 일을 두고 순라(巡邏: 도성 둘레를 순시 도는 일)라고 하여 이 말이 고려 때도 널리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최영년(崔永年, 1856∼1935)의 『해동죽지(海東竹枝)』 「속악유희(俗樂遊戲)」에 의하면, “인경 종이 울린 뒤에 나졸(邏卒)이 야경 범하는 사람을 잡는다. 어린이들이 이것을 흉내 내어 놀이를 하였는데, 이것을 ‘순라잡기’라 한다.”라고 전한다.
술래잡기는 술래가 숨어있는 여러 놀이꾼들을 찾으러 다니는 아이들의 놀이이다. 우리나라의 술래잡기 놀이 가운데 여우가 술래로 등장하는 사례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여우를 주제로 한 일본의 여우놀이는 17세기 전부터 ‘여우의 창’이라고 불린 여우놀이(きつね遊び)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1876년 일본에 유치원이 개설되면서 술래와 놀이꾼이 노래를 주고받는 문답형식으로 만들어져 오늘날 형식을 갖추게 되었다.
술래가 놀이꾼들을 잡으러 다니는 놀이와 문답형식의 노래를 갖춘 놀이들은 한국과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여우와 관련한 여우놀이의 현재 형식은 일제강점기에 보급되어 전승된 것으로 여겨진다.
놀이는 술래 정하기, 여우놀이소리 부르기, 술래잡기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술래 정하기는 보통 가위·바위·보로 정한다. 술래가 정해지면, 술래는 동그라미 원에 뒤돌아 앉게 되고, 나머지 놀이꾼들은 출발선에 서게 된다. “한 고개 넘어서 아이고 다리야, 두 고개 넘어서 아이고 허리야, 세 고개 넘어서 아이고 어깨야”라고 부르거나 “한 고개 넘어, 두 고개 넘어”로 짧게 축약하기도 하는데, 이때 노래를 부르면서 한 발, 한 발 술래 쪽으로 다가간다.
술래 가까이에 이르면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의 질문 형식으로 세 번 부르게 된다. 첫 번째로 놀이꾼들이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라고 노래하면, “잠잔다”라고 술래가 노래를 이어 받게 되고, 놀이꾼들이 다시 “잠꾸러기”라고 되받는다.
두 번째에서도 같은 문답 형식으로 놀이꾼들이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라고 하면, 술래는 “세수한다”라고 하는데, 이때 놀이꾼들은 “멋쟁이”라고 노래한다. 마지막으로 3절에서 놀이꾼들이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라고 노래하면, 술래는 “밥 먹는다”라고 노래하는데, 놀이꾼들이 “무슨 반찬”하고 물어보면, 술래는 “개구리반찬”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또 다시 놀이꾼들이 “살았니? 죽었니?”라고 묻게 되는데, 이때, 술래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하나는 “죽었다”이고, 나머지 하나는 “살았다”이다. 술래가 “죽었다”라고 말한 경우 놀이꾼은 움직이지 못한다. 만약 움직이는 놀이꾼이 있다면, 술래가 되어야 한다.
반면, “살았다”라고 하면 놀이꾼들이 도망을 가게 되는데, 이때 술래에게 잡히거나 접촉이 되는 놀이꾼은 술래가 되어야 한다. 만약 여러 명의 놀이꾼이 술래에게 잡힌 경우에는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결정한다. 반대로 한 명도 잡지 못하면, 술래가 바뀌지 않는다.
한 명의 술래가 여러 명을 잡으러 다니는 형식이나 술래와 놀이꾼들이 노래를 주고받는 문답 형식의 놀이는 우리나라의 전래놀이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방식이다. 봉사놀이나 강강술래, 도야지 잡기 등의 놀이가 그것이다. 그런데 여우놀이는 일제강점기 이후 전래되어 현재까지 전승된 측면에서 또 다른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 놀이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