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이 지은 『화엄기신관행법문(華嚴起信觀行法門)』 1권은 현재 전하지 않는다. 심상은 신라 승려로서 법장의 문하에서 수학하였으며,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화엄종을 창종(創宗)하였다.
신라의 승려들은 구법(求法)하기 위해 당나라에 유학하였고, 신라불교를 일본에 전하기도 하였다. 의상의 수제자로 알려진 심상은 724년(성덕왕 23) 일본으로 갔으며, 나라(奈良)의 대안사(大安寺)에 있으면서 많은 이들의 존숭을 받았다.
그는 740년(효성왕 4)에 금종사(金鍾寺)에서 『화엄경(華嚴經)』을 강설하였는데, 왕도(王都) 16원(院)의 고승들과 많은 승려들이 참석하였다고 한다. 당시 성무천황(聖武天皇)도 관속들과 함께 참석하여 법문을 듣고 그의 뛰어난 설법에 환희심을 내었으며, 비단 1천여 필을 시주하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심상은 1년에 20권씩 3년 만에 60권본 『화엄경』을 강설해 마쳤으며, 742년(경덕왕 1) 대안사에서 입적하였다. 양변(良弁) 등 많은 제자가 그를 계승하여 교학을 크게 일으켰다고 전해진다.
심상의 화엄사상은 양변 등 그의 제자들에게 계승되어 일본 화엄학 발전에 크게 공헌하였다. 심상의 화엄사상이 일본 화엄학자들에 의해 계승된 것은 곧 신라 의상의 화엄사상이 일본에 전해졌음을 의미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화엄기신관행법문』은 실천을 중시한 의상의 화엄사상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의상 화엄사상의 일본 전래라는 측면에서 그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