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은 4음보 1행을 기준으로 모두 73행이며, 공간 이동에 따른 시적 화자의 심리 변화를 중심으로 시상이 전개된다.
「마천별곡」은 1720년(숙종 46) 마천(瑪川) 이섭이 세거지(世居地)인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마애리 일대의 경물과 심회를 읊은 강호가사이다. 이 가사는 ‘일실(一室)’→‘선동(仙洞)’→‘망천절벽(輞川絶壁) 상상두(上上頭)’로의 공간 이동과 그에 따른 시적 화자의 심리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지루한 일실을 벗어나 봄 구경을 위해 들어간 선동, 즉 10대조 송안군(松安君) 이자수(李子脩)의 유허(遺墟)에서는 ‘가문에 대한 긍지’를 노래하고, 강을 건너 올라간 망천절벽 정상에서는 산천을 조망하면서 ‘현실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탄식’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가문에 대한 긍지’와 ‘현실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탄식’이라는 작가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시상(詩想)의 중심은 현실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탄식에 있다. 망천절벽 정상에 앉아 병자호란에 대한 비분강개한 심정에서 시작하여, 점차 국사를 논할 수 없는 초야한사(草野寒士)로 살아가는 마천 자신의 처지, 그리고 고향을 떠나 이사를 가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한탄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마천 이섭은 ‘한가롭게 자적하는 중에 우울하고 편치 않은 느낌’이 있을 때면, 망천절벽에 올라 시를 짓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지냈는데, 「마천별곡」도 이러한 과정에서 창작된 작품이다. 그러므로 「마천별곡」에는 ‘형승(形勝)이 기절(奇絶)하다’는 ‘마천’ 일대의 아름다운 절경에 대한 묘사나 유유자적 산수자연을 만끽하는 풍월주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망천절벽 정상에서 조상의 고택(古宅)을 바라보면서 느낀 편치 않은 심정, 시골의 한미한 처사(處士)로서의 삶, 이사를 가야 하는 현실적인 고민 등을 토로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만 형상화되어 있다.
18세기 강호가사의 대부분이 일상의 만족감이나 모범적인 유가로서의 삶을 노래하는 데 반해, 「마천별곡」은 시골의 한미한 처사의 현실적인 고민을 솔직하게 토로하고 격동하는 역사의 흐름에 치열하게 대응하려는 향촌 선비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대 가사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독자적인 변화를 모색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념의 연대의식’을 기반으로 전승되고 향유되는 양상을 살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18세기 가사문학의 전개 양상과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