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언(言) 10구(句)의 한시 작품으로서, 시상이 10구체 향가(鄕歌) 작품들과 같이 3단 구조(제1∼4구, 제5∼8구, 제9∼10구)로 이루어졌다.
혜심(1178∼1234, 호 無衣子, 시호 眞覺國師)은 지눌(知訥)의 제자로서 스승의 뒤를 이어 수선사(修禪社)의 제2대 사주(社主)가 되어 교세를 확장한 고려 후기의 승려이다. 그의 저서 『무의자시집(無衣子詩集)』 권상(卷上)에 실려 있는 「기사뇌가」는 다음과 같다.
“君看憂喜鳥/ 高在碧山嶠/ 聞世可笑事/ 放聲時一笑/ 偶隨‘貧’[‘貪’의 오자]肉鴟/ 聚落遠遊嬉/ 忽爾入羅網/ 出身無可期/ 心生須托境/ 窮谷宜捿遲”(그대, 우희조를 보라./ 푸른 산마루에 높이 있으면서/ 세상의 가소로운 일 들으면/ 소리 놓아 때로 비웃었다네./ 우연히 고기 탐하는 올빼미를 따라/ 마을로 멀리 가 놀고 즐기다가/ 갑자기 새그물에 들어/ 몸 빼낼 기약이 없다네./ 마음은 모름지기 장소에 의탁해 생기나니/ 깊은 산골짜기에서 느긋하게 사는 게 마땅하다네.)
‘기사뇌가’라는 이름의 작품 뒤에 ‘우희조가(憂喜鳥歌)’라는 별도의 이름이 붙어 있다. ‘우희조가’가 제재(題材)에 따른 작품명이고, ‘기사뇌가’는 작품의 성격이나 창작상황 등과 관련된 명칭(‘바둑을 두며 지은 사뇌가’ 등)으로서 그 속에 다른 제재에 관한 작품도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우희조가」는 잘못하여 큰 곤경에 빠진 우희조를 예로 들어서, 수행자에게 맞는 삶의 장소와 방식 등의 불교적 이치를 교시(敎示)하였는데, 그 주제는 ‘잘못된 마음이 생겨나지 않으려면, 궁벽한 골짜기에서 느긋하게(한가하게) 사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불교에서의 깨달음을 위해 마음을 챙기는 수행법인 사념처(四念處)를 강조한 것이며, ‘우희조’는 근심과 기쁨 등의 감정의 속박을 벗어나지 못한 수행자를 비유한 표현으로 판단된다.
이 작품의 시상은 당시에 선수행의 지침으로 널리 쓰였던 당나라 현각(玄覺, 眞覺大師) 작 「영가진각대사증도가(永嘉眞覺大師證道歌)」(전 247구의 古體詩) 속의 시구(“君不見 …… 自從頓悟了無生 於諸榮辱何憂喜 入深山 住蘭若 岑崟幽邃長松下. 優游靜坐野僧家 闃寂安居實瀟灑 …….”) 등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기사뇌가」(또는 「우희조가」)는 10구체 향가 작품의 한역(漢譯)일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창작 한시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어느 경우든 간에 10구체 향가가 13세기 초엽까지도 시가계에 영향을 끼쳤음을 알려준다는 점 등에서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