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사는 옷을 마름질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말하며, 특히 양복점이나 양장점에서 고객의 신체 치수에 맞게 옷본을 만들고 옷감을 자르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재단사는 영어로 테일러(tailor)라고도 한다. 테일러는 옷을 수리하고 제작하고 보정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특히 남성용 재킷, 바지, 코트 등을 만드는 사람을 의미한다. 테일러는 13세기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처음 등장하는 단어이며, 이 단어는 ‘자르다’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tailler’에서 유래하였다.
유럽에서 의복 재단 기술은 중세 시기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의 재단사들은 리넨 갑옷 제작자들로, 그들은 무거운 갑옷과의 마찰에서 착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슬 갑옷 아래에 입는 리넨 패딩 의복을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르네상스기에 전통적인, 헐렁한 로브들이 짧아지고 합쳐지며 조여져 인체의 형상에 맞게 바느질되면서 보다 숙련된 의복 제작 기술이 필요하게 되었다. 고객들의 다양한 인체, 독특한 의복 스타일, 그에 맞는 독특한 옷본이 추구되면서 숙련된 재단사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졌다.
한국에서 재단사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독립신문』 1896년 9월 10일 쥬식회사(Jusik Company)의 국 · 영문 광고문에서 확인된다. 쥬식회사는 한국인 양복점으로 일류 테일러(first-class tailors)와 구두 제작자(shoemakers)를 보유하고 있었다.
20세기 초 양복점에서 양복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일에 종사한 사람들의 직업 유형을 살펴보면 점주, 주임, 점원, 직공, 도제 등이 발견된다. 점주는 양복점의 주인으로, 양복 제조 기술을 아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대별된다. 주임은 점주 바로 아래 또는 동급의 위상으로서, 『동아일보』 1922년 3월 26일에 등장하는 영미식 양복점 광고에서 점주와 함께 ‘재단 주임’의 존재가 확인된다. 양복 제조 기술은 크게 재단과 제작으로 대별된다. 옷본을 만들고 옷감을 자르는 일, 즉 재단 일을 하는 재단사는 양복 기술자 중에서도 가장 상급자에 해당한다. 점원은 양복점에서 양복의 판매 및 영업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직공은 양복점 또는 양복점에 소속된 공장에서 양복의 제작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도제는 양복 제작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배우기 위하여 숙련공 또는 재단사 밑에서 일하는 연습생 또는 견습생을 말한다. 그들이 재단사가 되기 위해서는 숙련된 재단사로부터 오랜 기간 동안 일대일의 도제식 재단 수업을 받거나, 학원에서 재단 교육을 이수하고 양복점에서 재단사를 보조하는 경력을 거쳐야 했다.
1960년대나 1970년대 맞춤 양복점에서는 실력 있는 재단사를 고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재단사의 실력을 신뢰하여 재단사가 이직하면 함께 따라 다니는 고객들도 있었다. 소규모 양복점 또는 양장점에서는 재단사가 점주이거나 디자이너의 역할을 겸하는 경우도 많았다. 재단사는 고객의 신체 치수를 정확하게 재고 여기에 맞는 옷본을 만들어 옷감을 정확하게 자를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가봉이 된 옷을 고객에게 입혀 보고 다시 보정하는 일을 잘 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기성복과 차별화되는 맞춤복의 핵심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복 기술자 중에서도 재단사의 역할이 특별히 중요하게 여겨졌고 위상도 높았다.
재단사는 1980년대 기성복 시대 이후에는 패턴사 또는 패터니스트로 불리게 되었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모델리스트라는 호칭도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