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서당(群書堂)은 1930년대부터 1940년대 후반까지 현재 서울특별시 중구에 위치했던 고서 전문 서점으로, 최성기(崔成基)가 운영했으며 출판사의 역할까지 겸한 서점이었다. 이 군서당은 1936년에 오늘날의 명동에 위치했던 금명당서점(金明堂書店)과 더불어 유명한 고본(古本) 도매점이었다. 신간 잡지를 취급한 대판옥서점(大阪屋書店) 내 조선잡지판매업조합(朝鮮雜誌販賣業組合)이나 일서와 양서를 주로 취급했던 마루젠(丸善), 일성당 서점 등과 더불어 한적(漢籍) 고서 전문점으로 유명했다.
군서당에서 출판한 주요 서적으로는 장지영(張志暎)의 『중국어회화전서(中國語會話全書)』(1939), 홍대용(洪大容)의 『담헌서(湛軒書)』(1939), 『조선고전목록(朝鮮古典目錄)』(1940), 『(조선관계) 문헌목록』(1940), 『조선고활자판습엽(朝鮮古活字板拾葉)』(1944), 『여운형 선생에 대한 판결서(呂運亨 先生에 대한 判決書)』(1946), 『수학공식과 요령』(1949) 등이 있다.
이중 『중국어회화사전』은 국어학자이자 관립 한어 학교(官立漢語學校)의 중국어 강사였던 장지영이 초급 학습자를 위해 쓴 중국어 교재이다. 『중국어회화사전』은 조규수(趙奎洙)의 서문(序文), 장지영의 자서(自序), 후기(後記), 범례(凡例), 목차(目次), 상 · 중 · 하 3편으로 나눠진 본문, 부록 순으로 총 526페이지에 걸쳐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수학공식과 요령』과 더불어 군서당에서 출판한 교재이다.
한편, 『조선고전목록』은 당시의 서적 가격이나 판매하던 서적의 종류 등을 자세히 기록한 자료이다. 중간에 『조선판고서목(朝鮮版古書目)』(제4호, 1942/제5호, 1943, 일본어 표기)으로 제명(題名)이 바뀌기도 하면서 『조선고전목록』(제10호, 1947)의 추가분까지 발행되었다. 『조선고전목록』은 경부(經部), 사부(史部), 자부(子部), 집부(集部), 추가부(追加部)로 구분한 뒤 각 부별로 서명, 판매용 서적의 판형(判型, 版型), 권수, 원본의 판본 사항, 판매용 서적의 판종(版種), 책수, 판매 금액 등을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이 책은 군서당에서 발행한 『조선고활자판습엽』(1944)과 함께 서지학(書誌學), 고서 연구 시 필독 자료로 통한다.
해방 후, 1946년에 군서당에서 비매품으로 간행한 『여운형 선생에 대한 판결서』는 정치적 색깔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이 책은 조선사상운동연구자료출판부(朝鮮思想運動硏究資料出版部)에서 수집한 여운형 선생에 대한 심문 조서와 판결서 중 중요 부분만을 부분적으로 번역하고, 상해의 대한민국임시헌장과 헌법, 그리고 한국노병회회헌(韓國勞兵會會憲) 등을 전체 번역해 한데 엮은 것이다.
군서당은 특정 서적의 독점적인 배포처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신조선사(新朝鮮社)에서 간행한 『담헌서(湛軒書)』(권1~10)를 군서당에서만 구할 수 있었던 것이 한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