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바탕에 수묵. 세로 58.2㎝, 가로 37.3㎝.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 작품에는 화기(畫記)가 전혀 없으며 윤두서의 아호인 공재(恭齋)의 백문도인(白文圖印)만이 찍혀 있다.
긴 지팡이를 어깨에 기대고 왼손에 염주를 든 맨발의 노승이 무념무상으로 소요하는 모습의 전신입상을 담았으며, 배경은 왼쪽에 성근 대나무를, 오른쪽에는 개자점(介字點)으로 표현한 잡초를 간략하게 처리하였다.
상념에 잠긴 노승의 얼굴이나 손과 발의 묘사는 섬세하고 깔끔한 필치를 구사한 데 비하여, 옷주름과 지팡이는 짙은 먹으로 선종화적(禪宗畫的)인 호방한 감필법으로 강한 대조를 이루었다.
이러한 대조적인 필치의 조화와 함께 안면의 표정이나 세부묘사는 어느 특정한 노승의 초상화를 보는 듯하여, 윤두서의 뛰어난 인물화 솜씨가 잘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