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바탕에 수묵담채(水墨淡彩). 세로 36.3㎝, 가로 53.7㎝. 개인 소장. 표지의 내용에 의하면, 이 그림은 당대의 명류(名流)인 이재학(李在學)·서용보(徐龍輔) 등이 도봉산에서 산책하며 시회(詩會)를 가진 기념으로 제작한 『도봉첩(道峰帖)』에 실려 있다.
이 작품은 도봉산을 소재로 하여 그린 대표적인 실경산수화로 김석신을 정선(鄭敾) 일파의 화가로 지목하게 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화면의 원경에 인수봉 도봉산의 계곡 전경을 조감도(鳥瞰圖) 형식으로 담았는데, 산만한 대각선 구도와 소나무의 묘법, 암석봉우리와 바위의 표현 등에서 정선의 화풍을 계승한 면모가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계곡물의 수파묘법(水波描法)이나 주변의 각이 진 바위 처리에는 김홍도(金弘道)의 영향도 엿보인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필치가 거칠고 느슨하여 바위와 소나무를 표현한 짙은 먹의 사용이 선배인 정선이나 김홍도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여 다소 어색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을 통해서 정선 실경산수화풍의 형식화된 과정 및 18세기 후반 이후 실경산수화풍에 김홍도의 영향이 가미되는 경향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