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종밀(宗密, 780~841)이 쓴 『대방광원각약소주경(大方廣圓覺略疏注經)』은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에 대해 쓴 주석서이다. 상, 하 각 2권(총 4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은 줄여서 『원각경(圓覺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각(圓覺)사상을 풀어서 이야기하는 『원각경』은 중국에서 지은 경전으로, 특히 화엄종(華嚴宗)과 선종(禪宗)에서 널리 받아들였다. 이 경은 고려의 지눌(知訥)이 깊이 신봉하여 요의경(了義經)이라 한 뒤 우리나라에서 널리 유통되었다. 조선 초기 함허 화상(涵虛和尙, 13761433)이 『원각경소(圓覺經疏)』 3권을 짓고, 유일(有一, 17201799)과 의첨(義沾, 1746~1796)이 각각 사기(私記)를 지은 뒤에 『원각경』은 우리나라 승려의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되었다.
『원각경』이 유포된 배경 및 관련 연구에서 종밀의 해석은 매우 중요하다. 『원각경』을 중시한 종밀은 원각사상을 다룬 많은 주석서를 지었는데, 그중 『대방광원각약소주경(大方廣圓覺略疏注經)』은 『원각경대소(圓覺經大疏)』와 『원각경대소초(圓覺經大疏鈔)』의 요점을 뽑아 정리한 것이다. 이외에도 『원각경약소초(圓覺經略疏鈔)』, 『원각경도량수증의(圓覺經道場修證儀)』, 『원각경찬요(圓覺經纂要)』(실전) 등도 모두 종밀이 지은 『원각경』의 주석서이다.
종밀은 이들 주석서에서 화엄사상과 대승기신론, 선사상 등 당대의 주류 사상들을 '원각(圓覺)'이라는 중심축을 통해 결합시키고 조직하였다. 후대의 『원각경』 연구 또한 기본적으로 종밀의 해석을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대방광원각약소주경』의 판본은 이하의 것들이 있다.
(1) 보물 제893호(권상(卷上)) · 보물 제938호(권상지이(卷上之二))은 2권 2책으로 목판본(木版本)이다. 간기(刊記)가 없어 정확한 간행 사실을 알 수는 없으나, 보물 제891호로 지정된 『대방광불화엄경소(大方廣佛華嚴經疏)』와 판식(板式)과 자체(字體) 등이 비슷하고, 번각(飜刻)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 송판본(宋板本) 『대방광원각약소주경』을 입수하여 새긴 고려시대의 판본임을 알 수 있다.
이 판본은 권하가 결락되었으나, 송판본을 번각한 고려시대의 목판본으로서 가치가 있다. 보물 제893호는 재단법인 현담문고(구 아단문고)에, 보물 제938호는 삼성미술관 리움에 각각 소장되어 있다.
(2) 보물 제963호(권하(卷下)) · 보물 제1016호(권상지이(卷上之二)) · 보물 제1080호(권상(卷上))은 3권 3책, 목판본으로 보물 제893호 · 보물 제938호와 동일한 판본이다. 송판본을 번각한 속장계열(續藏系列)의 판본으로 고려 말기에서 조선 초기에 인출한 것이다.
보물 제963호는 대한불교천태종 관문사에, 보물 제1016호는 대한불교천태종 구인사에, 보물 제1080호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3) 보물 제1171호(권하지이(卷下之二))은 1권 1책의 목판본으로 호접장(蝴蝶裝)으로 제본되어 있다. 송판의 번각본으로 이미 지정된 보물 제893호((권상일(卷上一)) · 보물 제938호(권상이(卷上二)) · 보물 제958호(권상이(卷上二)) · 보물 제963호(권하일(卷下一)) · 보물 제1016호(권상이((卷上二)) · 보물 제1080호(권상일((卷上一))와 비교하여 보면, 판수제(板首題) 표시가 지정된 것은 ‘상2(上二)’이다. 또한 다른 판본에는 한 장의 항수가 20항으로 되어 있는데 비해, 이것은 ‘방4 · 2(方四二)’와 한 장의 항수가 25항으로 되어 있는 점 등 판식이 다르다.
그러나 이 판본의 전체적인 체제가 속장의 체제이고 송판 번각판임이 틀림없으며, 판각 시기를 고려 말로 추정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인출된 시기는 표지와 장정 등으로 보아 조선 초기에 인출된 고려판의 후쇄로 추정된다. 특히 이 판본은 드물게 보이는 호접장본(蝴蝶裝本)이며, 권하지이(卷下之二)가 등장하므로 속장 계열의 『원각경소』는 이로써 완질이 갖추어지게 되었다. 호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