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1책, 문집 1책, 합 2책. 필사본. 두 책 모두 권두에 저자 자신의 서문이 있고 발문은 없다. 규장각 도서에 있다.
시집에는 각 체의 시 318수가 실려 있고, 문집에는 서(序) 8편, 기(記) 8편, 제발(題跋) 9편, 묘지 3편, 제문 4편, 고유문 2편, 서(書) 5편, 잡저 26편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14·15세부터 시를 짓기 시작해 약관에 진사가 되었고, 한(漢)·위(魏)의 고체시와 성당(盛唐)의 신체시를 두루 배워, 신작(神作)으로 일컬어진 수천 수의 시를 지었으나, 이 책에는 저자 자신이 다시 선별한 원숙한 작품들만 수록되어 있다.
시에는 명승지를 읊은 서경시가 많고, 승려들과 화답한 게송체(揭頌體)의 시와 장편의 연시(聯詩)도 있다. 특히 상여 소리를 흉내낸 「호야가(呼耶歌)」, 옥과(玉果)의 대밭을 읊은 「과지락가(果支樂歌)」, 합천(陜川)에서 지은 「죽죽비(竹竹碑)」 등이 주목된다.
제발은 모두 왕가 소장의 서첩(書帖)들에 대한 것이다. 그 가운데에는 인선왕후(仁宣王后)가 필사했다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와 현종의 언문 편지 11점이 포함되어 있다.
잡저 중에는 저자의 학문관·정치관·인생관 등을 표명한 글들이 많다. 「학수(學守)」·「삼계(三戒)」·「논정(論政)」·「설문(說文)」·「대소설(大小說)」·「백일축(百日祝)」 등이 대표적이다.
「학수」는 학문의 요령을 말한 것이다. 경(經)·예(禮)·문(文)·사(史)를 한꺼번에 하는 것은 장사치의 학문이라고 비판하고, 그 가운데 어느 한 가지만을 전공할 것을 강조하였다. 「삼계」에서는 외환(外患)이 많은 것은 국가의 경사이며, 빈천한 것은 집안의 다행이며, 괴로움이 많은 것은 일신의 복이라고 역설적으로 논하였다.
「삼적」에서는 한 고을·한 도(道)·한 나라의 도적이 모두 이욕(利欲)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하였다. 「논정」에서는 정치의 강령으로 부민(富民)·겸덕(謙德)·신법(信法)을 강조하였다. 「설문」은 일종의 문장론으로, 그 요체를 첫째 근원, 둘째 주제, 셋째 규범, 넷째 불가측한 신운(神韻)이라고 설명하였다.
「대소설」은 당시의 정치 세태를 풍자한 글이다. 큰 현인은 묻혀 지내고 작은 재사가 등용되며, 큰 죄는 빠져나가고 작은 죄는 처벌받는 아이러니를 지적한 것이다. 「백일축」은 세속의 유아 백일 행사가 미신적인 풍속이 아니라, 예부터 전래된 전통 있는 유교 행사임을 밝힌 흥미 있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