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대하여는 잘 알 수 없으나, 단 한 점 알려진 그의 작품 <수월관음도>로 그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다.
그림의 화기(畫記)에 ‘至治三年癸亥六月日內班從事徐九方畫棟梁道人六靜(지치3년계해6월일내반종사서구방화동량도인육정)’이라는 기록에서 내반종사(內班從事) 서구방이라는 것이 주목된다.
내반종사란 고려시대 내알사에 속한 종9품 벼슬이다. 1310년에 제작된 김우문(金祐文) 필 <수월관음도>의 작자도 ‘화사내반종사김우문(畫師內班從事金祐文)’ 등이라고 되어 있다.
이 2개의 명문으로 추정해 보면, 내반종사는 말직으로서 왕이 사용하는 붓과 벼루 등을 맡아보았던 관원이다. 하지만 화사(畫師)로서의 역할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구방은 사찰 불사에 화사로 동원된 인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그림 <수월관음도>를 살펴보면, 바닷가 기암 위에 비스듬히 걸터앉은 관음보살은 전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리고 어깨 너머로 괴이한 절벽이 위태롭게 놓여 있는 것과 겹쳐 대나무 한 쌍이 서 있다. 염주를 든 관음보살의 오른손 쪽에는 버들가지가 꽂힌 정병이 놓여 있다.
발 아래로는 산호와 기화요초가 자생하고 있는 바닷가 대안에 관음을 올려다보는 선재동자(善財童子 : 求道의 보살 이름)의 모습을 묘사하였다.
이처럼 화면의 중심에 관음보살이 배치되었다. 그리고 화면 왼쪽 귀퉁이에 선재동자가 근경(近景)을, 오른쪽 모서리에 대나무가 원경을 이루면서 대나무와 절벽이 화면 오른쪽을 무겁게 차지하였다. 이로써 전 화면이 오른쪽으로 치우친 대각선 구도를 이루고 있다.
화려한 보관을 쓴 얼굴은 풍만하면서도 의젓한 표정이다. 둥글면서도 부드러운 어깨, 풍만한 가슴, 미끈한 팔과 손 등이 화려한 꽃무늬가 수놓인 흰 사라를 통해서 은은히 비치고 있어서 감각적인 아름다움까지 더해 주고 있다.
이런 매력적인 표현은 붉은 천의에 싸인 하체의 걸터앉은 자세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당대 왕실과 귀족층 귀부인의 고귀한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그림은 얼굴 표정이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형태, 부드러우면서도 치밀한 선, 빈틈없는 대각선적 구성 등 14세기 고려 불화의 최고봉인 수월관음도의 불화 양식을 잘 반영한 당대 최고 수준의 걸작품이다. 그리고 이러한 걸작을 그린 서구방은 그의 직위에 걸맞게 당대 최고의 화가였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