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엄교분기원통초(釋華嚴敎分記圓通鈔)』는 고려 전기의 승려 균여(均如, 923973)가 당나라 법장(法藏, 643712)의 『화엄교분기(華嚴敎分記)』를 풀이한 주석서이다. 10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목판본이다.
이 책은 균여가 959년(광종 10) 8월, 960년(광종 11) 여름, 962년(광종 13) 여름에 마하갑사(摩訶岬寺) · 법왕사(法王寺) 등에서 강설한 『화엄오교장(華嚴五敎章)』의 내용을 제자 현원(現原) · 혜장(惠藏) 등이 기록한 것이다. 이후 고종 때의 고승인 천기(天其)가 개태사(開泰寺)의 방언본(方言本), 광교사(光敎寺)의 소전본(所傳本), 가야산 법수사소전(法水寺所傳)의 삭방언본(削方言本) 등의 사본을 발견하여 교정하였으며, 이 천기의 교정본을 천기의 사후인 1251년(고종 38)에 천기의 제자들이 스승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정리하고 편집하여 대장도감(大藏都監) 강화본사(江華本司)에서 개판하였다.
현존하는 목판은 해인사 고려대장경(高麗大藏經) 보유판(補遺板)의 함함(涵函)에 들어 있다. 제 10권 말에는 혁련정(赫連挺)이 지은 균여에 관한 유일한 전기인 「대화엄수좌양중대사균여전(大華嚴首座兩重大師均如傳)」이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다. 또한 「대화엄수좌양중대사균여전」에는 균여가 대중을 교화하기 위해 직접 지은 「보현행원가(普賢行願歌)」 11수가 실려 있어서 당시 향가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책 전체의 구성은 ① 법장의 행장을 변별함[辨章主因緣行狀], ② 『화엄교분기』를 지은 인연과 저술 시기의 차례를 변별함[辨造文因緣及次第], ③ 종취를 변별함[辨宗趣], ④ 장 이름을 해석함[釋章名], ⑤ 글에 들어가 해석함[入文解釋]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석화엄교분기원통초』에서 다루고 있는 『화엄교분기』의 내용 열 가지를 권수로 나누어 세분하면 다음과 같다.
① 건립일승(建立一乘): 권1에 수록되어 있다. 『화엄경』의 가르침이 일승(一乘)을 천명(闡明)하는 내용임을 서술하였다. 아울러 해설의 순서를 다섯 가지로 요약하여 밝혔다.
② 교양섭익(敎養攝益): 권2에 수록되어 있다. 가르침의 대의가 중생들을 어떻게 이롭게 하는가를 상설(詳說)하였다.
③ 고금입교(古今立敎): 권2에 수록되어 있다. 교판가(敎判家)들의 처지에 따라 『화엄경』의 사상적 위치를 밝힌 것이다. 전통적인 십가(十家)의 견해가 소개되고 있으며, 화엄의 가르침이 가장 으뜸가는 것임을 논증하였다.
④ 분교개종(分敎開宗): 권2에 수록되어 있다. 화엄돈종(華嚴頓宗)의 의의를 서술하였다. 점돈(漸頓)의 수행 중에 화엄은 돈행(頓行)을 대변한다는 화엄종의 일반적인 주장을 강조하고 있다.
⑤ 승교개합(乘敎開合): 권2에 수록되어 있다. 불법을 수행하는 중생의 근기(根機)를 소승(小乘) · 점(漸) · 돈(頓) · 원(圓) 등으로 나누고, 그 각 수행자들이 일승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와 같은 논리는 천태종(天台宗) 계통의 교판론과 흡사하다.
⑥ 교기전후(敎起前後): 권2에 수록되어 있으며 원통자재(圓通自在)한 화엄의 경지를 논의하였다. 깨달음의 세계는 천진무구하기 때문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⑦ 결택기의(決擇其意): 권2에 수록되어 있으며 『화엄경』을 설한 시기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석가모니가 대도를 얻은 뒤 이칠일(二七日) 만에 그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⑧ 시설이상(施設異相): 권2에 수록되어 있으며, 중생위(衆生位)의 상이함을 설명하였다. 특히 차별적인 세간(世間)에서 불도를 어떻게 수용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방법론적인 설명이 있다.
⑨ 소전차별(所詮差別): 권3∼권5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우주의 근원인 마음에 대한 것[所依心識], 불성의 이어짐[相佛種性], 행동의 특징[行住分齊], 수행의 자세[修行義分], 수행의 방편[修行依身], 번뇌를 끊어내는 공부[斷惑分齊], 이승의 마음을 극복하는 길[二乘廻心], 부처의 인격[佛是義相], 객관을 다스리는 법[孫化境界], 부처님의 의지[佛身開合] 등 열 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⑩ 의현분제(義現分齊): 권6∼권10에 걸쳐 수록되어 있다. 삼성의 상이점[三性同異], 인연의 여섯 가지 뜻[緣起因門六義法], 십현연기의 무애한 경지[十玄緣起無碍法] 등을 설명하였다.
전체적으로 고려 초기에 분열된 화엄종을 하나로 귀일(歸一)시키려는 사상적 경향이 드러난다. 특히 성문 · 연각 · 보살의 삼승(三乘)이 반드시 우열을 나누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은 한국 화엄학의 특징을 대변하는 발언으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