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0년(정조 4) 작. 비단바탕에 채색. 세로 279㎝, 가로 248㎝. 화엄경변상도는 7군데서 9번 법회를 열어 ≪화엄경≫을 설법한 것을 한 폭에 그린 그림이다.
구도는 제일 아래 큰 연못이 있고 이 위에 글자로 찰종(刹鍾 : 世界鍾)이 쓰여 있는데, 이 윗부분에 9장면이 배치된다. 즉, 아래쪽에는 지상에서의 설법장면인 1·2·7·8·9회(會)의 그림이 나란히 배치되고, 그 위에 3·5회와 다시 그 위에 4·6회의 그림이 배치되었다.
또, 화폭의 가장 아래에는 선재동자(善財童子 : 求道의 보살 이름)가 53선지식(五十三善知識)을 찾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이 화엄경변상도 역시 그러한 기본구도하에서 그려졌는데, 송광사의 화엄경변상도(1770)와 화폭도 거의 비슷하고 구도나 형태 등도 동일하여 같은 유파의 화사들이 만든 것임을 알 수 있다.
상단부에 하늘에서의 네개의 설법장면, 하단부에 지상에서의 다섯개의 설법장면을 각 2열씩으로 배치하고 그 사이에 구름과 분신불(分身佛)을 묘사한 복잡한 구도이지만 정연한 질서와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수작이라 하겠다.
색채 역시 송광사화엄경변상도와 비슷하게 청색이 남용된다든가 홍색·녹색이 주조를 이루는 점 등은 같지만 붉은색이 좀 탁해져 화면이 전반적으로 송광사의 화엄경변상도만큼 밝지 못한 느낌은 있다. 송광사화엄경변상도와 더불어 18세기 후반기를 장식하는 보기 드문 화엄경변상도로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