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집은 일종의 자서전으로서 <소치실기 小痴實記>라고도 한다. 1867년(고종 4년) 섣달 상순에 쓴 <몽연록 夢緣錄>과 1879년 8월 20일에 쓴 <속연록 續緣錄>으로 꾸며져 있다. 허련의 나이 58·72세 때 각각 쓴 것이다.
허련이 가상의 손님과 마주 앉아 그동안 살아온 자신의 생애를 이야기하는 대화체로 기술되어 있다. <몽연록>은 말 그대로 시골 출신 선비 화가로서 겪었던 과분하고 꿈속 같은 인연들을 기록한 것이다.
진도에서 상경한 뒤 권돈인(權敦仁)의 집에 머물면서 당시 임금이었던 헌종과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하여 스승인 김정희(金正喜)와의 관계, 우수영 신관호(申觀浩), 동녕위(東寧尉) 김현근(金賢根), 정약용(丁若鏞)의 큰아들인 학연(學淵)과의 교유, 헌종의 배려로 무과에 급제하게 되는 과정이 적혀 있다.
그리고 후년에 선문(禪門)에 드는 사상적 변화와 대흥사 초의선사(草衣禪師)의 영향, 진도 바닷가 출신으로서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와 해남 연동(蓮洞) 고산유택(孤山遺宅)에서 윤두서(尹斗緖)의 서화를 학습하게 되는 과정, 김정묵(金正默)의 소개로 제동 지씨(池氏)와의 혼인 그리고 진도-전주-서울을 내왕하며 만난 교유 관계 등을 쓰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정치 혼란기에 벼슬을 하지 않은 이유와 야인 화가(野人畫家)로 살아온 뜬구름 인생살이를 술회하였다. <속연록>은 58세 이후 60대에 겪은 인연들을 기록한 것이다. 흥선대원군 이하응(李昰應)과 민영익(閔泳翊) 등과의 만남을 비롯하여 시인·화가·묵객으로서 전국의 경향 각 지방을 유람하며 지낸 생활상을 쓰고 있다.
이 두 자서전의 서문과 발문을 쓴 사람은 이교영(李喬榮)·김유제(金有濟)·김경해(金經海)·김한제(金翰濟)·신석희(申奭熙)·이상덕(李相悳)·남홍철(南弘轍) 등이다.
≪소치실록≫은 선비 화가로서의 남종문인화(南宗文人畫)에의 입문과 봉건적 미학 사상의 수용 및 성장 과정, 교육 관계와 시대적 고민 등 중세 봉건 사회의 해체 시기인 19세기 중후반기를 살다간 보수적 선비 화가의 면모를 잘 엿볼 수 있는 귀중한 회화 사료이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