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5년(정조 19) 작. 개인 소장. 종이바탕에 옅은 채색. 세로 23.7㎝, 가로 27.7㎝. 원래는 여러 그림이 합철되어 있었을 것으로 여겨지나, 지금은 「총석정(叢石亭)」·「송하유록(松下遊鹿)」·「해암호취(海巖豪鷲)」의 3점만이 낱장으로 전한다.
「총석정」은 음률이 느껴지는 소나무와 파도 속에서 규칙적으로 갈라진 결을 가진 바위가 수직으로 솟아 있다. 이것은 정선(鄭敾)이 즐겨 그린 소재이고 김홍도도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에서 이미 화폭에 담은 바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이를 규칙적이고 기하학적인 구성으로 해석한 점이 돋보인다.
「송하유록」은 노송이 자유롭게 구부러진 자태로 화면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그 밑에 사슴이 멈춰선 그림이다. 화면 왼쪽에 바위를 배치하고 오른쪽 여백을 살린 마하파(馬夏派)의 공간을 활용하였다.
경쾌한 가락처럼 표현된 수피의 소나무가 화면 중앙을 구부러져 올라가는 형세가 이 작품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해암호취」에서는 규칙적인 결을 이룬 파도를 배경으로 괴이하고도 자유로운 형상의 괴암이 있고, 그 위에 한 마리의 매가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다.
총석정·노송·괴암 등은 김홍도가 50대 전후에 즐겨 그렸던 소재이다. 이 화첩의 작품들은 가락과 음률로서 세련되게 형상화한 점이 특징이다.